2021/08/01 12:03

<서평> 만화로 읽는 사마천의 ‘사기’ 7권 이세계의 고문서 (장문)


마지막권 표지



택배가 늦게 와서 어제 도착하는 대로 곧바로 완독해서 썼음을 밝힙니다.

 

*작년부터 읽기 시작한 이희재 화백이 그린 사마천의 사기도 막바지에 일렀다. 마지막편이니 만큼 기대가 됐지만 한편으론 여러 매체를 통해 이미 아는 내용인 초한전쟁과 전한의 초기 시대를 다루기 때문에 진부하기도 했다. 그래도 이화백만의 담담한 서술 스타일로 이 시대엔 이런 일이 일어났다라고 팩트만 알아내기엔 최적의 학습만화였다.

 


한신이 불쌍하다고보기엔 괴통의 혓바닥에 놀아나 자기 공을 더 세우려고 무리한 짓을 저지른 점이 거슬린다.
역이기를 죽음으로 몰고 간 한신에게도 잘못이 있으며
간악한 괴통은 한신을 새로운 왕으로 추대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고 본다.
한편, 괴통이 운이 좋았다면 제갈량보다 더 일찍 천하삼분지계를 이룩했을지도 모르겠다




고집스런 항우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그가 겪은 비참한 최후도 인상적이지만 한신이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고 간 과정은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실제 역사적 사실을 알고 나면 억울하게 몰락한 것은 아니고 이미 빌미를 제공하는 짓을 저질렀다고 볼 수밖에. 그가 마냥 역이기를 시기하지 않고 괴통을 의심하며 신하로서 예를 지켰다면 어떻게 됐을까? 한신을 시작으로 유방이 개국공신을 숙청하는 사건 자체가 일어나지 않거나 일어날 지언정, 그 규모가 축소됐을까? 그것은 알 수 없다.

 

한편으론 옳고 그름을 떠나 만약 한신이 괴통의 말을 더 신뢰해서 제나라 왕으로서 독립을 선언했다면 인류 역사가 어떻게 흘러갔을까? 이렇다면 모략가 괴통은 괴인이 아니라 제갈량의 선배가 되지 않았으려나? 이것 역시 만약의 일일 뿐.

 

확실한 건 개인적인 시각으로 볼 때, 한신은 죽을 짓을 스스로 선택한어리석은 판단을 한 것이라 보였다. 아쉬움이 클 수밖에! 차라리 일관되게 탐욕스럽다면 모를까 어떨 땐 충신의 예를 갖추기 때문에 나도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웃픈 장면이었던 '무시당하는 여후' ㅋㅋㅋㅋ


 

한편 여태후 여치의 잔혹한 행위도 여치의 일생을 두고 볼 땐 그녀가 척씨를 미워한 이유도 인간적으론 이해할 수는 있다. 자신은 죽을 뻔한 위기에 처한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남편인 유방이란 자는 새로운 애첩을 더 아꼈으니 마음이 상한 게 당연한 것. 그러나 그녀는 황실의 기강을 세운다는 명목으로 너무 잔인하게 주변 사람들을 숙청했다. 다른 건 몰라도 혜제와 조왕 유여의의 관계는 끈끈했는데 여태후 여치의 계략으로 결국 여의도 죽고 척씨의 비참한 상태를 보고 미쳐버린 혜제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게다가 훗날엔 자신의 일족만 관직에 넣지 않았는가? 자신의 후손들은 미래에 모두 몰살당한 것으로 훗날, 대가를 치룬 모습도 쓸쓸했다.

 




이후의 내용은 일종의 부록으로 생각했다. 한고조 유방이 개량한 군국제라는 통치방법을 알기 쉽게 만든 점이라거나 훗날 2천년 중국 왕조들의 패턴을 이어갈 추은법(혹은 추은령)’ 설명에 이르기까지 최초 패턴을 여기서 알 수 있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추은법이 중국 역사가 통일 중심이라고 해석하는 반면 자치통감을 한국어로 완역하신 권중달 교수님 같은 일부 인사들에 따르면 역으로 중국의 역사는 분열의 연속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최후반부에 거론되는 오초칠국의 난도 본질적으로 계속되는 분열의 씨앗이라는 해석을 잊을 수 없었다. 아무튼 이번 시간은 사기를 다루는 시간이니 이 떡밥은 덮어두겠다.

 


자치통감을 완역한 권중달 교수의 책들이 떠오르는 오초7국의 난...

법은 항상 부작용이 발생한다

한 무제는 모두에게 상처만 남기고 죽어버렸다



한 무제의 존재자체는 한국인으로선 반갑지 않다. 고조선을 멸망시킨 존재이므로. 게다가 오랜 세월동안 전한을 괴롭힌 흉노마저 붕괴시키고, 그로인해 흉노가 멀리 서방으로 도망쳐서 훈족이 됐다는 전설(?)까지 생각하면 서로마제국을 파괴시킨 진정한 원흉으로도 생각된다. 물론 우스갯소리다. 이것과 별개로, 사마천이 실제로 사기에서 말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흉노소년과 한나라병사가 무엇이 다르겠냐는 서술은 지나친 정복전쟁으로 한 무제를 비판하는 뉘앙스가 강하다. 또 점점 흉악해지는 형벌들에 대해 덤덤하게 그 사건의 결과를 나열하는 장면은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한다.

 

이후 이화백의 후기를 끝으로 사기 시리즈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아쉬운 점이라면 만화 자체는 덤덤한 사실을 조리 있게 표현해서 재밌게 읽었지만 후기에서 쓰인 내용을 보면 이분의 시각은 내가 바라보는 세계관과 확실히 다르다는 느낌도 들어서 아쉽기 그지없다. 그래도 만화 자체는 참으로 재밌고 쏙쏙 들어오게 만드셔서 앞으로 뭔가를 만들고 싶은 나에게 있어 좋은 귀감이 되실 존재로 여겨야겠다.

 


마지막 팬아트.jpg




그 동안 책을 그리시느라 고생하신 이화백과 일동들 그리고 사계절출판사와 부흥카페 여러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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