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23 20:41

<서평> 조선경찰 - 포도청을 통해 바라본 조선인의 삶 이세계의 고문서 (장문)


책 표지



*조선 왕조는 510년이 넘게 한반도를 지배한 전근대 국가이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바라보는 시각이 극과 극이다. 누구는 경멸하기도 하고 누구는 찬란하게 생각한다. 자신의 삶에 대한 불만에 따라 조상들을 원망하기도 하고 반대로 조상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는 게 인간의 본성이다. 오랫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선시대의 경찰을 생각하면 사또와 포졸이 하얀 옷을 입은 노인이나 색동저고리를 입은 소녀를 포박하여 무섭게 심문하고 고문하는 이미지만 떠오르는데 저자이신 허남오 선생께선 이것이 식민사관의 영향이라 한다.

저자이신 허남오 선생님은 김영삼 대통령비서관뿐 아니라 경찰서장과 병무청장을 거치시고 한국국제대학교 총장에도 오르시면서 여러 저술을 쓰셨는데 대표작으론 ‘진주성 용사 일기’와 ‘한국경찰제도사’가 있고 무엇보다 경찰공무원 생활을 하셨기에 조선 왕조의 포도청에 대해 상세한 기술을 기대하고 역사적 진실과 창작물에 이용될 여러 가지 소재를 상상하며 즐겁게 읽어나갔다. 하지만 확실히 너무나도 아쉬운 실수를 저지른 부분도 보였다.


“옥의 티, 혹은 무시무시한 실수로 아쉬움이 가득한 책”


보통 서평 이벤트에 참여할 때 만족한 책들은 대부분 외국인 저자들의 저서이고 한국인 저서들은 개인적으론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래도 어떤 부분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도 하지만 전형적인 쓰임새 때문에 아쉬운 생각이 너무 컸다. 이 책도 그 부분을 무시할 수는 없었는데 그래도 나은 점이라면 확실히 조선의 경찰 제도인 ‘포도청’에 대해 자세히 기술한 점은 최고라고 치고 싶다. 참고로 포도는 우리가 먹는 과일 포도가 아니라 ‘도적을 포박’한다는 뜻의 ‘포도’다.

허나, 당장 책 표지에서부터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경찰기관!’이라고 쓰여 진 부분에서 흔히 말하는 지나친 애국심 - 이른바, ‘국뽕’이 느껴졌다! 국뽕은 자칫하다간 다른 나라 사람들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현실에 안주하는 정신적 마약이 될 수 있기에 경계해야 하는 사상으로 마음을 고쳤다. 보통 저 문구를 보면 ‘가장 오래된 경찰이라고? 아니 그럼 그 이전 다른 나라들은 경찰이 없었던 거라고?’라고 오해할 수 있다. 당장 로마 제국은 흉악 범죄와 화재를 막기 위해 창설된 ‘비길리스’라는 일종의 소방청-경찰청을 운영했는데 3~4세기까지 유지되었다 사라졌다 한다. 당장 로마제국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차이가 난다. 중국에는 경찰이 없었단 말인가! 물론 ‘가장 오랫동안 유지된 경찰기관’이라면 저 비길리스도 최대 300년인데 비해 포도청은 15세기부터 경무청으로 바뀌는 19세기 말을 존속기간으로 잡을 경우 400 ~ 500년이나 되는 경찰기관이기에 이런 식으로라면 부분적으로 맞는 말이다. 그러나 로마의 비길리스 제도는 언급하지 않고 영국과 프랑스의 근대경찰과 비교하기에 아무래도 ‘가장 오래 지속된’ 기관을 염두에 두고 쓴 건 아닌 거 같다. 그 점이 정말 아쉽다! 마치 근대 유렵을 무시하는 느낌도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쉬움은 뒤로 하고, 책은 크게 철종 시대에 일어난 목수들의 포도청 습격사건 에피소드를 다루면서 본격적으로 포도청의 탄생 배경과 조선 왕조의 행정기관을 다시 한 번 정리하는 것으로 전개되는데 사실상 맨 처음과 맨 마지막의 이야기 모음집을 뺀 부분이 ‘조선 경찰’이라는 책의 핵심 내용이라 볼 수 있다. 일단 포도청에 근무하는 경찰들은 양반도 상민도 노비도 아닌 중인 계급들이 핵심으로 자리 잡고 국왕의 권력을 보조해주는 것으로 시작됐다고 설명한다. 포도청은 상설기관으로 계획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은 아니고 책에 따르면 중종시기부터 늘어나는 도적들을 무찌르기 위해 임시로 만들어졌다 약화되고 다시 강화되다가 조선 중후기로 가면서 확립됐다고 설명한다.

-약간의 부서 정리를 하자면-
의금부 : 타겟은 사대부 계층, 효과는 굉장했다!
사헌부 : 언론 감시기관
형조 : 타겟은 상민 계층, 효과는 굉장했다!
병조 : 군사권 행사, 즉 군인전용!
한성부 : 수도 한양 주위의 치안과 안정을 도모
+ 이후 BONUS : 의정부-비변사 , 포도청 등

아주 크게 잡으면 조선 왕조가 건국되면서 정리된 큰 행정부서들은 대략 이렇다. 이 후에도 여러 가지 포도청에서 근무하는 포도대장(이후 포장으로 부름)과 포졸들의 업무와 그들이 지켜야할 법칙과 다양한 사건 수사 능력과 범죄 기록 관리, 범죄자 검거 과정 등을 그리면서 실감나게 조선의 치안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많은 포졸들에게 감사의 마음이 들게 만들었다. 물론 이 책이 겉으로는 식민사관을 물리치고 포도청을 올바르게 보자면서 책 곳곳에서 법의 한계성과 법망을 피해 악행을 저지른 관리들과 도적들의 태연함을 보여주면서 이 책이 조선 왕조를 뒤에서 비난하는 것인지도 모를 느낌도 들었다.

앞에서 언급한 아쉬운 내용이라면 이른바 조선 후기 당쟁하면 떠오르는 ‘노론 음모론’에 쉽게 빠질 수도 있다는 함정이 있다는 점인데(노론의 도움을 받아 즉위한 영조 이후로 노론을 어떻게든 견제하려고 하지만 정조가 죽자마자 다른 세력들은 찌그러지고 세도정치가 노론에 의해 형성됐다는 식) 정작 책 초반부엔 ‘노론세력이 강할 땐 노비 해방이 더 많았다’라는 예외 사례도 언급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대중들의 마음을 노리고 글을 쓴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또 최근 들어 명예 형벌이라 볼 수 있는 ‘팽형(죄인을 솥에 끓여 죽이는 척하고 그 대신 죄인을 죽은 사람 취급하는 사회적 고립을 유도하는 형벌임)’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이 생겨나고 있는데 이 책에선 나사요시 경성 형무소장의 기록을 인용하며 팽형이 존재했다는 식으로 서술한다.

한편으론 포도청이 왕권이 강화되면서 함께 성장하며 백성들의 안전을 돕는 역할도 많이 했지만 많은 기록에선 동네북마냥 도적집단이나 상민 폭도들 그리고 경쟁 부서들의 관원들에게 습격당해 포졸들과 포교들이 살해당하거나 크게 다쳐 불구가 되는 굴욕이 잦아서 우여곡절이 많은 기관으로 보였다. 게다가 구한말로 갈수록 조선 내에서 차마 생각하지도 못한 이상한 범죄들도 나타나는데 포도청이 이들을 무찌르는 게 힘겨울 정도로 안타까운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식민사관으로 만들어진 포도청의 나쁜 모습이라고 서문에 쓰여 있지만 구체적으로 일본이 어떤 식으로 왜곡했다는 구절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일본은 약해진 대한제국에게 마지막 타격을 가해 열심히 개화를 통해 성장시킨 경무청을 일본식인 경시청으로 바꿔버리는 엔딩 요소 같았다. 물론 중간 중간에 일본이 경무청에 근무하는 경찰들을 방해했다는 서술이 보였지만. 이것을 어떻게 바라보며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었다.

끝으로 조금 더 아쉬운 말을 남기자면, 초반의 포도청을 습격한 목수들의 목록을 그래프로 표현하는 등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요소를 남긴 점에 비해 정작 조선의 행정체계 부분을 읽고 나선 머릿속으로 정리하려면 일일이 다시 읽어야한다는 점. 어떤 파트에선 알아보기 쉽게 표가 나오고 어떤 부분에선 예시로 길게 나열되어 있어 이러한 부분을 뒷 페이지에 부록으로 다시 정리해서 종류별로 분류했으면 어땠을까하는 개인적인 욕심이 있다. 몇몇 옥의 티가 있지만 조선의 경찰인 포도청에 대해 자세히 입문할 수 있는 책이었기에 더더욱 아쉬움이 크다.


덧글

  • Megane 2020/09/23 21:03 # 답글

    확실히 정치권의 눈치만 보고 국민을 외면하는 행정기관이 어떻게 되는가 하는 것은 볼 수 있겠네요.
    그거랑은 별개로 역사에 기반을 둔 게 아니라 경찰이라는 조직을 기반에 두고 역사서술을 풀어가면 저런 아쉬움은 꼭 따라오더라구요.
    이건 다른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제가 신학을 배우던 시절에도 세계사나 국사보다는 교회를 중심으로 하는 교회사만을 교육받다보니 교회가 실제적으로 역사에 어떻게 관계되고 어떻게 발전되었는가를 전체적으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어서 세계사랑 국사 공부를 별도로 따로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결국 조선경찰 저 책도 보조적인 자료는 되겠지만 저 책을 위주로 행정기관의 변천과 민생을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서평을 보니 내용이 궁금해집니다.
  • K I T V S 2020/09/24 00:21 #

    단순히 행정기관만 따로 다루는 입문서로는 나름 괜찮습니다. 다만 서문에 너무 국뽕끼가 강한 (영국, 프랑스 무시하고 포도청을 가장 오래된 기관이라 띄우는 거라던가) 이게 실은 조선을 띄우는 건 줄 알았는데 실은 조선 까는 거 아닌지 할 정도로 한계와 안타까운 사건의 나열이 많은 것도 웃펐습니다.

    *저도 가톨릭 교회사와 일반 세계사, 역덕들의 인식을 비교하면서 큰 혼란에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신앙은 신앙대로 역사적 팩트는 팩트대로 수용할 수 밖에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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