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17 00:00

<서평> 만화로 읽는 사마천의 ‘사기’ 3권 이세계의 고문서 (장문)

(표지)


*벌써 이희재 화백의 사마천 사기 만화판이 3권까지 출간됐다. 정말 빠르게 출간되기에 계속 다음편을 빨리 볼 수 있겠구나하는 즐거움과 기쁨이 느껴졌고 한편으론 아무리 만화라도 고전을 재해석한 학습만화기에 독한 마음으로 정독하며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이 되기도 했다.

이번 3권의 주제는 전국시대다. 춘추시대보다 더욱 잔인하고 교활한 외교와 공작이 판쳤던 시대였고 각 나라들의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서운 행동을 했던 영웅 혹은 악당들이 즐비했던 시대인데 이 책에선 오기, 서문표, 상앙, 손빈, 소진, 장의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손자병법으로 유명한 손무의 후손이라는 손빈을 제외하곤 한번쯤은 들어보았어도 자세히 그 이야기를 알기 힘든 인물들이었다. 고우영 화백이나 다른 기타 작가들과 달리 이 화백의 만화에선 이 인물이 이런 행동을 하였다라고 연출되고 이에 대한 어떠한 사적인 감정이 들어가지 않았다.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는 장치였다고 생각한다.

이번 전국시대편의 인물들은 모두 뛰어나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지만 2권 춘추시대편의 오자서마냥 도무지 현대인으로서는 납득가지 않는 잔혹하거나 엉뚱하고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장면이 더욱 많이 나와서 놀라기도 했다. 노력 끝에 여러 나라의 장군으로 활약하고 끝내 대단한 관직까지 올라서는데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비록 자기 자신을 완전히 능멸한 인간쓰레기라 할지라도) 30명이나 되는 고향 마을 사람을 그 자리에서 참살한 것이나 노나라 조정에서 제나라 간첩으로 몰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 자신을 사랑했던 아내를 거침없이 베어버린 비정한 행동도 했던 오기의 행동에 소름이 돋았다.

또 상앙의 정책은 필요악이었으나 끝내 그의 죽음을 불렀다고 사마천이 비판할 정도로 가혹했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었다. 진나라가 엄격하게 법을 집행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았으면 몰랐을까 분명히 인덕이 없지는 않은 나라였다는 기존 분위기로 보아할 때 아무리 봐도 상앙이 지나치게 조이는 사람이었다고 생각됐다. 서로에게 친한 친구였던 소진과 장의도 마찬가지. 분명 합종과 연횡은 현대의 약소국이나 중진국들이 강대국과 선진국에 맞서 서로 연합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신선하게 느껴졌지만 그 사이에 일어나는 어둠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소진의 여섯 나라 합체 작전과 장의의 합체 파괴 작전이라 느꼈다. 단지 소진이 자신의 합종을 완벽하게 이루기 위해 장의에게 일부러 모욕을 주어서 진나라고 가게 만든 점이 첨에는 비정하다 느꼈지만 장의가 큰 뜻을 깨닫고 손빈과 방연의 비극과 달리 끝까지 좋은 친구로 생각했다는 점은 훈훈했다. 단지 그 소진이 허망하게 자객에게 죽고 친구가 이룩한 업적을 자신이 반대로 다 말아먹는 것으로 이야기를 이끄는 것이 쓸쓸했다.

소진은 암살당했고 장의는 쫓겨나는 식으로 인생이 끝났으며 사마천도 마지막엔 ‘둘 다 천하를 어지럽히는 위험한 인물’이라고 오기와 상앙보다 더 심한 평가를 준 점도 마음을 어둡게 만들었다.

때문에 이번 3권에서 그나마 감동을 주는 에피소드는 친한 친구에게 배신당해 두 다리를 잘리고도 절망하지 않고 지혜를 짜서 탈출하고 한 나라의 책사가 되어 작판엔 완벽하게 복수에 성공하는 손빈의 이야기와 오래된 악습으로 인해 시달리는 가난한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눈앞에서 쓸모없는 하백에게 바치는 제사를 진행하던 지방 유지들과 무당, 무녀들을 일거에 강에 던져 없애버리고 다시금 열심히 일하는 환경으로 만들어 그 지방을 부흥시킨 ‘악습의 철거자’ 서문표의 이야기였다. 서문표의 대활약은 보는 내가 사이다를 마시듯 기분이 좋았다.

앞에서 언급되었듯이 덤덤하게 사기에서 쓰여 진 내용을 그림으로 담백하게 체험하는 느낌으로 기술되어 있어서 각 장면과 이야기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도 달라진다. 때문에 만화판 사기를 읽고 나중에 더 세세하게 각 인물들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생각한다. 이제 남은 이야기는 전국시대 후반부와 이를 평정한 진시황 그리고 유방과 항우의 초한전쟁만이 남았는데 가장 기대가 되면서도 걱정이 든다.


이번에도 팬아트를 그렸는데 손빈과 서문표는 기분 좋게 웃고 있고 오기, 상앙, 소진, 장의는 저승에서 시달리는 영혼처럼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쓰러져있다고 표현했다.

덧글

  • Megane 2020/08/17 22:22 # 답글

    너무 긴 기간을 전쟁에 시달리고 이리저리 채이다 보니 빨리 천하를 평정해야겠다는 생각에 시달리던 시절 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막짤 오오~(엄지 척)
  • K I T V S 2020/08/18 01:02 #

    각자 맹점이 있는 영웅들이 많았다고 느꼈어요;;; (다른 시대라고 다를 것은 없지만;;)
    막짤 자세히 보면 '사기' 한자 옆에... 곧휴가...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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