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표지)
*이 책 자체는 꽤 오래전에 출간됐는데, 그 시기는 1980년대였다. 그러나 극히 최근이 되어서야 서문이 추가된 개정판이 나왔고 우리나라에 번역된 것 또한 얼마 되지 않았다. 옮긴이는 유튜브에서 국제정세를 설명하시는 이춘근 박사다.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전쟁의 개념을 설명하는 입문서로는 괜찮은 작품이었다.
모든 동물은 살기 위해서 영역을 지정하고 그 영역을 침범한 적을 무찌르기 위해 저항한다. 혹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동물을 공격하는데 그 근본은 생존본능이다. 인간도 결국 동물이고 전쟁이란 것은 생존을 위해 벌어진 이권 다툼이 거대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더 훼릴의 이 저서는 그것을 확신시키는 책이다. 전쟁을 빼놓고선 인류의 역사를 거론 할 수 없기 때문에 신사적으로 그것을 이해시키려고 노력시키는 서문이 인상 깊었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이해하라.’ 리델 하트 경의 명언인데 이 책의 전체 내용을 포괄하는 주제라 할 수 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원시시대부터 사냥 및 다른 거주지 공격을 위해 발달시킨 사냥도구 소개부터 화살과 투창, 돌도끼의 발전을 빠른 속도로 보여준다. 서구 학자들이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서 발달한 전쟁 기술에 소홀했다고 비판하는 대목도 나온다.
이집트, 히타이트, 아시리아, 아케메네스 왕조 페르시아 순으로 유럽 역사에 영향을 준 중동의 고대시대 강대국들의 전쟁 기술을 알려준 다음 후반 부엔 고대 그리스 그리고 최 후반부엔 마케도니아의 필리포스 대왕과 알렉산드로스(이 책은 알렉산더라는 영어식 명칭으로 호칭한다. 그 외에도 그리스 인물들을 영어식으로 표현한다. 예를 들자면 호메로스는 호머, 아이스킬로스는 에스컬롯 등으로 표기했다)의 전술과 전략을 소개한다.
사실 상 마지막 파트인 알렉산더 대왕의 정복 과정이 이 책의 화룡점정이라 볼 수 있다. 보통 실전에서 용맹을 떨치는 임기응변이 뛰어난 장군이라면 전략이나 용병술이 역하고 반대로 군대를 통솔하는 능력이 뛰어난 전략가라면 체력이 약한 것이 일종의 불문율이라 할 수 있는데 알렉산더는 문무를 겸비하고 총사령관이면서도 전략과 전술도 최고 수준이었으며 직접 무장해서 적진에서 적들을 상대로 삼국지의 무장들 마냥 맹활약하는 모습이 포착되는 매우 특이한 케이스였다. 게다가 마케도니아 군인들은 상대방이 더 강력한 병기를 가지고 있어도 빠른 시간 내에 비슷하거나 더욱 강한 병기로 대체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심지어 난공불락의 요새라도 주변의 주어진 자원을 총동원해서 결국 굴복시키는 지구력도 최고 수준이었다. 하필 이런 괴물을 상대로 전쟁해야 했던 페르시아인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싶다.
마지막 장에선 아더 훼릴의 개인적 의견이긴 하지만 만약에 워털루 전투의 프랑스군 총사령관이 나폴레옹이 아니라 알렉산더였다면 오히려 승리할 수 있었다고 쓰여 있다. 19세기 초 프랑스 육군의 무장상태라면 더 좋고 심지어 고대의 마케도니아 군인들로 무장하고 있어도 소총와 대포라는 화약무기의 무서움에도 굴복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비슷한 무기를 만들어 반격했을 것이고 매우 빠르게 이동가능 한 팔랑크스 군단들은 장전 속도가 느린 유럽 연합군의 보병대들에게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쓴 것이다. 무엇보다 시간 약속을 몇 번 어긴 나폴레옹과 달리 알렉산더라면 정확한 공격 타이밍을 재서 연합군을 농락할 수도 있다고 써 있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군사학자의 추측이기에 언뜻 재밌는 대체역사 혹은 가상역사 시나리오도 생각했다. 오히려 미래 시대로 이동한 알렉산드로스와 휘하 장군들이 유럽 왕조들과 맞서 싸우며 프랑스 한복판에서 새로운 정복제국을 세운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이 외에도 그 동안 알기 힘들었던 인도에서의 싸움(히다스페스 전투)을 군사학적인 묘사로 설명한 점은 재밌는 부분이었다. 책 전체가 영어식 명칭으로 쓰인 점이 아쉽긴 하지만 군사학 역사책의 고전 명작을 한국어로 읽을 수 있는 것도 영광이라 볼 수 있겠다. 앞으로도 다양한 방면의 번역 저서가 우리나라에 많이 출간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덧글
닌 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