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06 03:20

<서평> 천년의 화가, 김홍도 이세계의 고문서 (장문)



(도착한 책 인증샷)




*개인적으론 시부사와 에이이치와 함께 2019년 서평을 위해 읽어나간 책 중엔 가장 재미있고 유익한 책으로 기억된다. 이 책은 일단 다큐멘터리 설명문이라기보다는 인물의 인생을 재구성한 전기라 할 수 있다. 김찬과 도개손을 다룬 책과 신사임당을 다룬 이야기, 이덕무를 다뤘던 이야기도 모두 전기였지만 김홍도를 다룬 이 책보다는 어렵게 읽혀졌지만 이번 김홍도편은 배경과 인물들을 더 자세하게 상상하며 읽을 수 있었다. 일종의 인물소설이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이 모두 사실은 아닐 것이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김홍도라는 인물에 관한 선입견을 깨는 새로운 역사적 자료를 기반으로 재구성된 이야기였기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정조와 채제공, 정약용이나 이덕무는 궁중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용어, 조선 붕당에 관련된 단어들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어서 읽는데 매우 어려움이 있었고 독서가 끝난 후에도 이게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김홍도는 한 사람의 인생과 주변인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고 김홍도라는 인간의 성장과 좌절 그리고 그의 재능을 통해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과정을 만날 수 있었다. 한편 조선왕조가 낳은 위대한 화가이면서 전근대국가 조선왕조라는 한계를 보여주는 안타까운 사회분위기를 느꼈다.

일단, 흔히 세속화를 그린 환쟁이로만 알려진 김홍도가 비록 급여를 못 받았지만 여러 가지 관직에 있었고 도화서라는 왕실 직속 미술기관에서 활약했으며 최후엔 연풍이라는 고을의 현감이 됐다. 사또도 거친 사람이라는 것이다! 물론 관직생활은 모두 비극으로 끝났다. 시험에 통과 못해서 박탈당했고 현감시절엔 아전들의 농간에 넘어가 노는 생활을 좀 즐기다 정조에게 걸려서 파직 당했다.

이게 김홍도라는 사람이 노력을 못해서, 청백리로 살지 못해서 망친 것인지 아니면 주변 양반들이나 중인들 중에 배신을 때린 모사꾼이 있었는지 혹은 정조가 너무 잔인해서 그리됐는지는 모르겠다. 제일 안타까운 시각으론 ‘운이 안 좋았다’도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중인출신 김홍도가 느꼈던 서러움은 조선왕조의 성리학이 만들어낸 신분질서의 공고함을 느낄 수 있어 또 한숨이 나왔다. 물론 그에게 가르침을 건네준 심사정과 강세황은 양반이었음에도 어린 시절의 김홍도에게 진정한 스승으로 다가갔으며 위대한 선배로 남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은 몰락한 양반이었기에 측은지심을 느껴 김홍도에게 더 잘해준 것일 수 있겠다. 양반이면서 실세로 활약하면서 특별히 김홍도에게 대접을 잘해준 인물은 극히 드물었다. 말년에 그를 보살펴 준 명문가 출신인 심상규 외엔 임금도 대신들(내가 존경했던 이덕무까지)도 그를 좋게 봐도 중립적으로 대하진 않은 거 같았다. 물론 이 책은 전기소설이었기에 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확실한 건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신분차이 때문에 슬퍼할 사람들이 많았을 거라는 거. 또한 양반들조차 몰락하면 말짱 꽝이고, 도화서에서 활약하면 양반이라도 환쟁이로 욕먹는 사회분위기다. 이걸 진보적 사관으로 보면 갑오개혁 때 사라졌을 것이고 자유주의적 사관으로 보면 대한민국 건국 이후 근대화를 거쳐 사라졌던 것.

한편 김홍도의 작품 중 위작으로 판명 난 것을 소개해주는 시간도 있었으며 어떤 그림을 제작할 때 그 과정을 간략하게나마 체험할 수 있던 것도 귀중한 소득이었다. 뿐만 아니라 김홍도의 스승 심사정과 강세황의 작품 일부와 김홍도의 제자들이 그린 작품들도 볼 수 있어 이 그림들과 김홍도의 작품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현재로선 조선 왕실의 그림보단 조선 후기의 화가인 김홍도의 작품을 진정한 대한민국의 전통적 역사 아이콘으로 다시 한 번 가져와야 한다고 느낀다. 응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덜 알려진 그림들을 더욱 열심히 파고들자. 나는 저승에서 후손의 고민을 보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단원 선생을 다독이는 천사를 그려보았다. 홍토야, 울어라! 단원선생이시여! 이제는 기쁨의 눈물을 펑펑 흘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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