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7 03:58

후유증이 심한 악몽 19-10-7?~14? 흘러가는 시냇물 (잡담)


이 꿈은 지난 10월 7일에서 14일 사이 어느 시기에 꾼 꿈인지 모르겠다.
갑자기 기억나서 기록으로 남기게 됐다. 근래에 꾼 꿈 중 가장 기괴하고 기분나쁜 꿈이었다.


배경은 내가 거주하는 서울 땅, 강남 동남부인 송파구였다. 그러나 배경은 큰 변화가 있었는데 스페이스 오페라와 사이버펑크 장르에서 나올 것 같은 미래도시와 근세시대의 대포 요새와 같은 양식이 섞인 탑이 가득한 근미래 도시로 변한 서울이었다.

도로와 거주지는 하나가 된 그런 지역으로 변한 서울이었으며 하늘은 저녁노을보다도 붉은 모습이었다. 저녁 노을때문에 붉어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하늘색이 아닌 빨간색에 가까운 하늘아래의 도시였다.

나는 아버지와 함께 달리고 있었다. 정확히는 쫒기고 있었다. 개인이 아닌 집단이었으며 군집생명체에 가까운 군단으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도로에서부터 내 바로 옆 도로까지 수많은 군중들로 이루어진 물결이 온 도시를 휩쓸고 있었다.

분명 그 군중들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멀쩡하게 생긴 젊은 남녀들이었다. 간혹 중년이나 노년층이 보이기도 했지만 젊은이들이 대다수였다. 대부분의 군중들은 빨간 완장이나 망토, 가디건, 후드티를 입거나 붉은 신발을 신고 있었다. 그들은 노래를 끊임없이 불렀는데, 자세히 들리진 않았지만 역사 속에서 들렸던 유명한 동유럽과 러시아의 군가가 대부분이었으나 가끔씩 정치와 상관없는 K-POP 유행가들을 부르기도 했다. 그들은 즐겁고 화기애애한 표정을 띄고 있었으나 하는 행동은 정 반대였다.

일심동체가 된 거마냥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의 팔랑크스를 보는 듯, 회전톱날과 빠르게 회전하는 낫이 곳곳에 달린 장창을 든채 속보로 이리저리 걸어오고 있었다. 창날 아래엔 컨베어벨트가 있었고 모든 물체를 갈아서 도로 옆 하수구로 버리는 모양새였다. 팔랑크스 군중들 주변엔 중세의 기사단들이 사용할만한 붉은 깃발이 곳곳에서 휘날리고 있었다.

이들의 표정과 행동이 정반대라고 느낀 이유는 하나였다. 팔랑크스 군중들은 명백히 사람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군중만큼 많은 수의 노인들이 저항이라도 하듯 '그러면 안돼, 이러지 마!'하며 군중들 앞으로 다가가지만 이내 창날에 의해 참수 당하고, 사지가 절단당하며 하수구 처리장의 쓰레기마냥 도로 옆에 내팽개쳐졌다. 그들은 힘이 없어보였다. 간혹가다 노인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젊은이들이나 어린이들마저 군중의 창날에 의해 죽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했다.

군중들은 많은 사람들을 죽이면서도 오히려 즐거워하고 노래를 부르면서 기쁨을 만끽했다.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팔랑크스들은 대오를 다지며 끝이 없는 행군을 하는 모양새였다. 팔랑크스들이 결국 나를 발견했다. 정확히는 내 옆에 있던 나의 아버지를 죽이려고 나에게 다가왔다. 나와 아버지 그리고 주변의 어르신을 낀 젊은 청년들은 전기톱과 섞인 사리사(고대 마케도니아의 장창)를 든 군중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계속 달려야했다.

워낙 많은 노인들을 살해하는데 집중해서인지 팔랑크스들은 나와 아버지를 바로 쫒아오진 않았다. 그러나 나는 아버지의 손을 잡은 은 채 매우 느리게 도망칠 수 밖에 없었다. 꿈 속에선 모든 행동이 제약이었다. 겨우겨우 허름한 탑과 같이 생긴... 마치 가락시장의 명물인 깔때기모양의 구조물을 닮은 거주구역으로 피신한 나와 아버지 그리고 생존자들은 하얀 빛으로 나타난 사람형상의 물체들에게 다가갔고 그들은 좋은 말로 사람들을 위로했다. 내가 존경하는 성당의 신부님과 어떤 논객 그리고 절친으로 지내던 동생도 그 중 하나였는데 잠시동안 나는 너무나도 기분이 좋고 마음이 편안했으나 뒤를 돌아보니 군중들은 더욱 무섭게 쫒아오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하얀 빛을 내던 사람들은 홀로그램이었고 희미하게 사라져갔다. 나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으나 주변 사람들은 절망하며 먼저 도망쳤다. 밖으로 나오니 붉은 팔랑크스의 물결은 더욱 많아졌다. 하늘에선 나를 비웃는 듯한 무서운 얼굴이 몇초동안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재밌는건 아주 멀리선 아무 상관없는 연예인들의 얼굴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 연예인들도 나와 사람들의 비극을 전혀 동정하는 기분은 아니었다는 것이 내가 당시 꿈 속에서 내린 결론이었다.


이번엔 도로 옆의 내리막길이 보이는 언덕으로 계속 도망쳤다. 나도 지쳐갔고 아버지도 괴로워했다. 멀리서 리무진과 벤츠를 섞은 모양의 기다란 자동차 몇개가 나랑 극소수의 생존자들 앞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운전자는 내 앞에서 차를 세우곤 나랑 아버지를 차에 태우신 다음, '최대한 멀리 도망가라'고 다그쳤다. 그리곤 다른 자동차 안에서는 꽤 많은 사람들이 내렸는데, 이 사람들은 점점 빠르게 다가오는 팔랑크스를 향해 과거 에스토니아가 소련에게 저항했던 '인간 사슬 - 양 옆의 사람의 손을 잡아 옆으로 인간 군상을 이루는 것'을 이루며 살인기계가 된 군중들을 맞이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중엔 내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지인들과 내가 매우 싫어하는 유튜버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유튜버들 그리고 친한 이웃집 사람들도 보였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땐 나와 아버지를 태운 리무진과 벤츠를 섞은 자동차가 멀리 시내를 떠난 후였다.

지쳐버린 나는 그대로 기절했다. 확실한 건 팔랑크스가 된 군중을 맞이한 사람들은 '그들은 절대 살아남지 못했다'라는 슬프고도 무서운 암시가 느껴졌다는 것이다. 내가 깨어났을 땐 현실로 돌아온 상황이었고 아버지는 다행이도 제 옆에서 조용히 주무시고 계셨다. 말 그대로 말도 안되는 허무한 꿈이라서 다행이었다. 그러나 내용은 그 어떤 악몽보다도 역겹고 끔찍했다.

덧글

  • 독립적인 늑대개 2019/12/18 07:35 # 답글

    현 한국의 집단주의와 안좋은 사회모습이 님에게 나타났네요. 저는 보통 그것보다 짧습니다.

    그리고 님은 그것으로부터 조금은 벗어나있는 모양이네요.
  • 2019/12/19 01:1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독립적인 늑대개 2019/12/19 03:59 #

    그렇게 느끼던게 앞으로 서서히 괜찮아 질 거예요.

    저도 지금 꿈 연구 중인데, 그냥 비슷한 상징적 형상들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꿈에.
댓글 입력 영역


네이버 이웃커넥트

이글루스 검색기


저작물 위젯 달기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Eyzen저작물
본 CCL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