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표지)
*개인적으로 서평이벤트로 인해 받은 책 중 가장 의미 있는 책들 중 하나였다. 처음에는 희귀한 우표들을 나열하면서 우표의 생김새를 중점으로 얘기하는 이야기로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한 것과 조금 달랐다. 정확히는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국가들이 발행한 우표 한 장을 소개하면서 그 우표가 발행됐던 시기에 해당국가의 상황과 그 전후 역사를 알려주는 방식이었다.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들었을 만한 이름은 ‘양 시칠리아’, ‘탄누투바’, ‘만주국’, ‘극동 공화국’, ‘하타이 공화국’, ‘단치히 자유시’, ‘동 카렐리야’, ‘비아프라’ 등이 있고, 반대로 정말 처음 듣는 나라들도 있었다. 이렇게나 역사 속에서 사라져 간 소국들이 많았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책 안에서 처음으로 그 존재를 알게 된 나라는 외에도 여럿 있었다. ‘헬리골란드’, ‘코리엔테스’, ‘라부안’, ‘오보크’, ‘써당 왕국’, ‘페라크’, ‘난드가온’, ‘티에라델푸에고’, ‘카르나로 이탈리아 집정부 혹은 피우메 자유국’, ‘프랑스령 이니니’, ‘남 카사이’ 등 외에도 굉장히 많다.
각 나라들은 강대국의 입김에 의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허울뿐인 국가체계를 갖기도 하고 반대로 주권을 나름대로 발휘하며 열심히 살아남으려고 노력한 모습도 보였다. 대다수는 괴뢰국 혹은 위성국가와 같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런 나라가 ‘왜 지금까지 살아남지 못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로운 나라들도 있었다.
더구나 사라진 나라들을 설명하면서 그 나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정 인물들의 인생을 서술한 부분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인물들은 ‘밴쿠버 섬’의 2대 총독이자 원주민들과 우정을 나눈 정의로운 사장님이었던 제임스 더글라스, ‘프랑스령 오보크’에서 잠시동안 무기상으로 활동했던 프랑스의 시인 아르튀르 랭보, 콜롬비아의 지방으로 전락한 ‘보야카 자치주’에서 왕성한 예술 활동을 펼쳤던 시인 훌리오 플로레스, 영국 동인도회사와 친했던 ‘보팔 번국’을 통치했던 4명의 여왕들, 개인의 욕심 때문에 원주민들을 선동해 자기만의 이상한 왕국을 건설한 샤를마리 다비드 드 메레나, 칠레와 아르헨티나 양국에게 인정받고 ‘티에라델푸에고’를 지배하며 무서운 사병을 거느리고 자원들을 제 것처럼 관리하였으나 허망하게 죽은 율리우스 포페르, 보어 군인들을 농락한 영국령 식민도시 ‘마페킹’의 영웅이었던 로버트 베이든파월 대령, 카나리아 제도 중 사업가적 기질과 원주민들과의 친분 덕에 ‘야프섬’의 왕이 된 데이비드 딘 오키프 등 매력적인 인물들이 많았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인물은 4명이었는데 메레나와 포페르, 베이든파월 대령 그리고 데이비드 오키프였다.
한편, 각 나라의 우표를 설명하면서 그 우표의 생김새는 물론이고 냄새와 맛까지 확인하는 저자의 행동이 재밌고 아마추어 학자답지 않게 집요한 모습에서 웃음이 나왔다. 해학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면서 자신만의 상상을 덧붙이는 서술로 더 큰 재미를 보았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저자가 노르웨이 사람이라 그런지 확실히 파시즘 체제 국가들(이탈리아, 일본 등)은 거침없는 비난(마치 성경의 바리사이들을 악마숭배자 급으로 폄훼하는, 원래부터 나쁜 놈이었고 그렇게 역사에서 악한 역할을 정해놓은 식으로)을 퍼부으면서도 소련을 비롯한 공산권 국가들의 행동에 대해선 평범하고 무덤덤한 서술을 써놓았다. 물론 극동공화국의 경우엔 ‘이상주의자들이 볼셰비키의 사기극에 의해 이용당하고 무너졌다’라는 말을 붙이긴 했지만 만주국을 ‘악의 중심지’라고 비난하는 것에 비해선 조금 아쉬운 느낌도 들었다.
‘남자들이란 참...’이 느껴지는 머리말의 글에서도 느껴졌는데 역시 노르웨이의 대다수 사람들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정치적 올바름에 심취한 것이 맞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갖게 해주기도 했다. 그래서 위와 같은 아쉬움이 있지 않을까? 그러나 그걸 제외하면 사라져 간 나라들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으며 우표를 수집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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