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표지)
*로마사를 다룬 서적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저자의 관점에 따라 로마를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진다. 때문에 저자의 이름을 보고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김대식 교수는 KAIST 전기공학과 교수였기에 실용적인 과학을 다루는 사람이 시각에서 바라보는 로마 역사는 어떠할지 궁금했다.
그렇지만 쭉 읽고 나선 실망감이 더 컸다. 기존의 로마사를 바라보는 관점과 다를 바 없었고 교과서적인 관점이 이어지는 느낌도 들었다. 게다가 이 책은 로마사를 다룬 책이라기 보단 서양사 전반을 다룬 책 같았다. 이 안에서 로마 역사를 다루는 비중은 동로마 비잔티움을 포함해도 절반밖에 안 된다. 로마가 건국되기 전의 오리엔트와 그리스 역사도 다루기도 한다.
일단 저자의 기본적인 의견은 다름 아닌 이 세상 모든 패권국은 로마를 따라하고 싶은 욕망이 있으며 로마가 오랫동안 승리와 영광을 가져온 이유는 살아남기 위해 맞춤형으로 인프라와 질서를 구축한 것이 그 비결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국에 대한 지나친 승리가 멸망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주장도 뒤를 이었다. 약간 우파적인 성향으로 서술하기도 하나 그렇다고 자유우파나 대안우파스러운 말은 없어보였다.
다만 사례를 조합해서 저자 자신만의 확고한 주장을 펼치기보단 사건의 나열을 통해 그 감상을 풀이하는 독후감 같은 책으로 보였다. 인간은 운명을 거스를 수 없고 환경이 변하면 우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하며 의문을 표한다거나 상황이 나빠지면 개척보단 신적 존재에게 의지하는 모습으로 변한다니 하는 체념과 한탄형 문장들이 보인다.

(독후감용 일러스트 : 영광의 여신이 현재의 패권국가 중 누구에게 왕관을 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표현함)
마지막 장에선 자유민주주의가 과연 이어질 수 있는지 의문을 던지는데, 잘 나가는 푸틴이나 시진핑, 에르도안, 두테르테와 같은 권위주의국가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들이 서방국가보다 잘될까봐 두려워하는 서술을 쓴다. 나에겐 그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하는 책 정도로 보았다.
내 관점에선 뒷부분의 세계의 어려운 상황에 대해 특별한 이유가 없다거나 과거 제국주의의 망령이 우리를 다시 괴롭힌다는 나쁜 운명론적 서술을 쓰는 점에서 아쉬웠다. 적어도 세계를 엉망진창으로 만든 ‘정치적 올바름(PC)’에서 발흥한 전 세계의 사민주의 정권들의 실책들은 쏙 빼놓고 오직 미국 정계와 미국 언론 그리고 미국의 금융가만 나쁜 짓을 한 것이라는 뉘앙스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었다. 역시 우리나라 안에선 한계점이 있는 게 아닌지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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