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표지)
*정말 나에겐 감명 깊은 책이었다. 일본이라는 강대국이 만든 사람 중엔 일본 경제의 아버지라 알려진 시부사와 에이이치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이 사람의 일대기를 제대로 알기 힘들었던 중에 그의 자서전이나 다를 바 없는 책을 얻을 수 있었다니!
비록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후계자들이 엮어서 본인을 미화한 이야기들도 있겠다고 생각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용기 없는 나에겐 본받을 사람이었다. 150년 전 일본에 어찌 이런 훌륭한 사람을 내려주신 하느님께 원망스러운 마음도 생길 뻔 했다. 그럴 정도로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성품도 올바르고 약자에서 현대 일본의 근간을 세우는 인물이 되었다. 일본 만화의 신 데즈카 오사무나 일본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인 유카와 히데키보다 더 대단해보였다.
에이이치는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났다. 물론 적당히 잘 사는 중산층이었던 농민이었다. 흔히 한국에선 메이지 유신 이전의 일본을 비웃는 분위기지만 이미 이때의 일본은 어느 정도 먹고 사는 농민들도 유교 경전과 고전 문학을 읽는 비율이 높았다. 어린 시절을 간단명료하게 서술하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역자이신 박훈 교수의 주석을 통해 당시 일본의 사회적 분위기와 막말의 유명인들의 정보를 공부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인데 시부사와의 자서전 속에서 이렇게나 많은 에도 막부 말기와 메이지 유신 시기의 정치인들의 정보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저자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느껴졌다. 게다가 당시 전 세계는 땅따먹기가 한창인 제국주의가 최고조로 끓던 시기인데 시부사와는 새로운 일본 정부를 향해 타국 침공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냈을 때에도 선견지명이 높다고 생각했다.

(독후감 삽입용 자작 이미지)
그는 외세에 허망하게 굴복한 에도 막부에 대한 증오심으로 막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반역을 저지를 준비도 했으나 현실적인 이유로 인해 좌절되고 끝없이 절망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책 초반부에 보여줬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러던 중 그는 에도 막부의 마지막 쇼군이 될 도쿠가와 요시노부가 속한 히토츠바시 가문에 등용되어 사무라이 겸 영지를 발전시키는 다양한 직업을 수행하다 그대로 막부의 권신이 되기에 이른다. 그러면서도 나라에 대한 걱정으로 민부공자를 보좌하며 외국 유학을 가는 사이에 메이지 유신으로 에도 막부가 붕괴되자 졸지에 어디에도 갈 곳 없는 처지가 되는 모습을 읽으면서 현 시대를 어려움이 가득한 시대로 해석하는 나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시부사와의 고민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줬다.
그러나 그는 기회를 잡아 일본의 근대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차근차근 실업가로 활약하는 장면이 후반부에 묘사되는데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파트는 이 부분이었다. 초반과 중반도 개인의 처세술과 상황에 대해 해석하는 관점을 공부하기 위해 중요하다 느끼지만 어떻게 해서 그는 근대 일본에 어떤 도움이 되었나에 대해서 내가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독을 해서 내가 내린 결론은, 시부사와의 경우 단순히 운이 좋은 것 뿐 아니라 자신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스스로 판단하고 주어진 상황에서 공정하면서도 이득을 더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은 점. 자신에게 내려진 임무를 훌륭히 소화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신뢰를 쌓은 점에서 모든 것은 단순한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구한 말 우리나라에도 분명 훌륭한 인물들이 있었을 지도 모르겠으나 시부사와 에이이치와 맞먹는 업적을 이루는 분은 없어보였다. 과거 서평 이벤트에서 조선 최고의 문장가 이덕무에 관련된 책을 읽었는데 그 이덕무조차 시부사와에겐 한 수 아래로 느껴졌다.
아무렴 시부사와와 맞먹는 인물이 대한제국에 있었다면 우리의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니, 과거에 집착하는 것은 이쯤 두고...
이제부터라도 거짓된 행동이 없으며 자신부터 솔선수범하며 미래를 건설하는 사람, 즉 ‘착함이 아닌 옳음을 실천하는 사람’이 나와야 현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을 것이다.
덧글
....하지만 이런 인물이 그렇게나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는 일본의 조선 식민지 정책의 한계... 나아가 일본 제국이라는 국가의 한계는 명백하지 않았나 생각하게 만듭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꼭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