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


(책 표지)
마틴 자크가 쓴 이 책은 예전에 먼저 읽은 피터 나바로가 읽은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과 제목이 굉장히 비슷하지만 내용은 굉장히 다르다. 나바로의 책이 ‘이런 날이 오면 우린 피눈물을 흘리므로 그런 날이 오지 않도록 대비해야하며 절대로 중국이 패권국이 되선 안 된다!’라는 내용이라면 이 책은 ‘언젠가 중국이 세상을 지배할 날은 오며 서구권은 그 패배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 날이 오면 세상은 달리 보일 것이다’ 이런 정도의 내용이다.
나바로의 책보다 몇 백 페이지가 더 많은 양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마틴 자크는 이렇게 중국을 정의한다.
1. 중국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국민국가’가 아닌 ‘문명국가’.
2. 중국은 주변의 동아시아 국가들을 조공 관계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3. 중국 특유의 인종 사상과 민족관이 존재. 중화사상이겠지.
4. 중국은 대륙 규모의 영토를 통치하고 있음.
5. 중국의 정치 체제는 매우 특수한 형태.
6. 차별화된 중국의 근대사. 변화의 속도도 다른 나라들과 다르다.
7. 근 70년 동안 중국은 공산주의 체제.
8. 앞으로 21세기 내내 중국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양면을 지닐 것.
뭐, 이 정도다. 일단 다른 사람들의 평을 보아도 ‘서구의 편협한 시각’을 벗어나서 ‘중국을 있는 그대로 보는 좋은 태도를 보였다’고 말하는 점에서 일단 중국은 실패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거 같다. 일단 역사가 오래됐고 많은 나라들을 조공으로 통치했으니까.
그리고 일단 작가의 기본적인 태도도 서구권의 가치가 완벽하지 않고 위선이 많은 나라 일본, 미국이라는 시각이 있는 거 같다. 일본은 이제 악한 행동을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표하는데 (매일 한국 방송에서 나오는 우경화, 군사대국화 발언)반대로 중국의 군비증강에 대한 비판은 그렇게 큰 부각이 되지 않은 것 같다. 이런 점은 아쉽다.
또한 이대로 큰 반전 없이 중국의 발전이 계속되면 필연적으로 서구권이 가지고 있는 패권과 경제적인 우위 그리고 모든 소프트 파워와 권리도 제한될 거라는 말도 속 시원하게 말한다. 중간에 한국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역시 외국 사람이라 그런지 쓸쓸한 서술만 나온다. 언젠가 한미동맹이 파탄날 것이고 조선시대로 돌아가서 과거의 조공제도로 살아갈 수도 있다는 것으로...
그러면서도 자크는 새로운 형태의 정치와 사상으로 세계를 주름잡을 거라는 미묘한 희망같은 것을 말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 주변에서 본 온갖 지저분한 상황과 여러 책과 영상으로 알아낸 새로운 중국 중심의 세계질서가 가져 올 안타깝고 고통스러운 모습을 계속 외면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혹은 그것을 감수하거나 무시하거나. 예를 들어 서구권의 패권이 사라진다는 건 지금 당장 우리가 누리는 당연한 권리도 빼앗기고 사라질 것이라는 건데 이걸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은가. 위에 조선이 언급된 거만 보면 과거 우리가 당해온 고통스럽고 열 받고 꿈도 희망도 없는 살아있는 시체의 삶과 같은 체제가 다시 돌아오는 것인데 이걸 덤덤하게 말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 당장 인터넷만 보더라도 자신을 진보라고 하면서도 지금 한국 한정으로 진보가 떵떵거리는 것을 보면 한국이 경제가 완전 망하고 중국한테 계속 시달리는 가장 극단적이고 어두운 미래가 온다하더라도 그것은 한국이 쇠퇴한 것이 아니라 조선으로 돌아간 것이고 ‘회복’된 것이니 오히려 기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보이지 않는가. 심지어 책에선 ‘미국이 새로운 패권에게 빼앗기기 싫어서 더러운 짓은 안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점에선 지금 트럼프가 중국에게 타격주려고 이런저런 무역 전쟁하는 것도 추한 거라고 욕하는 기분이 들었다. 나바로 부류의 책을 기대하고 보다간 놀랄 수도 있겠다.
아무튼 이 책은 중국 중심의 세계질서가 어떤 모습일지 보여주는 대체역사를 잘 보여주지 않고 그것에 대비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중국은 이런저런 장점이 있어서 그런 세상이 와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내용이 주로 쓰인 것 같다. 한국인인 내 입장에서 읽으면 뭔가 허탈한 기분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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