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표지)
*피터 나바로, 그는 미국 45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임명한 인재 중 하나이며 미국 무역의 총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는(2018년 기준) 사람이다. 그가 어째서 ‘웅크린 호랑이’를 쓴 걸까?
간단하다. 중국의 무서움을 부각시키고 미래엔 그 무서움이 증폭될 것이므로 그 전에 중국을 견제할 필요성을 말하기 위해서였다. 현 시대엔 이런 주제 자체가 오해와 싸움을 불러일으키기 딱 좋은 소재다.
확실히 현대의 미국을 위시한 서방의 자유국가들과 한국에선 이상할 정도로 중국에 대해서 호의적인 시각이 늘어났다. 반대로 나쁘게 보면 그렇게 보는 사람들이 까이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정치적 올바름과 탈냉전의 영향으로 그리고 이라크 전쟁에서 보여준 미군의 삽질 때문인지 안보에 대해선 고리타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 틈을 노려 중국이 엄청나게 성장했고 미래엔 미국을 정말로 위협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피터 나바로는 말한다.
사실 이 책을 읽은 나로서도 살아오면서 주변에서 겪은 사건들을 나열해보면 중국에 대한 비판은 단순한 ‘비웃는’ 분위기의 혐오 정도로만 흘러나왔고 일본이나 옛 나치독일에 대한 적대감은 굉장히 적다는 기분을 받았다. 이제부터 나바로가 서술한, 아래의 만행들을 읽으면 대체 왜 우린 지금까지 안일한 생각을 가졌냐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아래의 사건 나열은 피터 나바로가 지어낸 것이 아닌 실제 사건들이다.
<1 - 중국은 꾸준히 영토를 확장했고 해상자원들을 잠식하고 있다>
★ 1974년, 베트남의 시사 군도를 무력으로 점거하고 그 이후로 그 영토는 중국의 것이 됐다. 점거 당시에 베트남 군인 60명이 ‘학살’당했는데 그들을 죽인 제독이 류화칭 제독이며 이 사람으로 인해 현대 중국 해군에 항공모함까지 들어왔다. 한국에서 류화칭의 이미지는 중국 해군을 발달시킨 위대한 사람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이미지 세탁 성공.
2012년엔 필리핀의 스카버러 암초를 점거했고 심리전(중국의 주요 전술로 나중에 설명)으로 필리핀을 괴롭혔으나 불행 중 다행으로 국제해양법재판소에서 중국이 패소해서 필리핀이 살아날 수 있는 희망이 ‘아주 조금’ 보이기도 했다.
그 외에도 남중국해 섬들을 ‘살라미 자르기 전략’으로 계속 탈취해갔는데 역시 가장 큰 피해자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필리핀이 됐다. 가끔 전 세계의 ‘지도 의인화’라는 일명으로 각국의 지도가 동물이나 사람모양으로 변해있는 그림을 볼 때 중국의 지도 중엔 남중국해 쪽이 부각된 것이 많은데 실제로 위의 행동으로 그리된 것이다. 대부분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선 ‘여기서 분쟁이 어느 정도 있다~’ 수준으로 퉁 친다.
<2 – 교묘한 군사전략으로 미국에게 굴욕주기>
★ 바다 중엔 ‘영해’와 ‘공해’가 있는데 중국의 정찰기들은 공해상을 비행하며 일부러 다른 나라들의 정찰기와 부딪힐 정도로 위협적인 비행을 시도했다. 2001년 4월 1일 만우절에 거짓말 같은 사건이 발생했는데 미군 EP-3 정찰기가 중국군 정찰기와 부딪혀서 하이난 섬으로 비상착륙한 사건이다. 여기서 미국은 눈물을 머금고 거의 절을 해가며 중국에 굴욕적인 사과를 해야 했고 정찰기 기술을 강제적으로 뺏겨야했다. (하이난 섬에 떨어진 정찰기를 중국 당국이 수거해갔으니까) 실은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중국 쪽에서 유도한 것인데 이렇게 책을 통해 공부하는 사람 말고는 아는 사람이 없다. 게다가 중국은 이 사건을 빌미로 툭하면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서 군사력(군용기)를 이용할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3 – 너무나도 저렴한 비대칭 전략으로 미국의 항모전단, 대함대와 미군기지의 파괴를 도모하고 있고 이는 점점 미국에 불리해지고 있다>
★ 값싼 기뢰를 통해 미함대를 무력화할 수 있다. 6.25 전쟁 때에도 한반도 북부로 유엔군이 대규모 상륙작전을 기획했었는데 하필 중국과 북한이 깔아놓은 기뢰 때문에 시도도 못하고 무산된 적이 있다. 게다가 기뢰는 엄청나게 저렴한 반면 자유국가들의 군함들은 가장 약한 군함조차 꽤 가격이 높기에 상대하기가 껄끄럽다. 이는 대함미사일도 마찬가지다. 미군은 수천 명의 군인들 강력한 전투기 수십 대, 수조원에 달하는 거대한 군함을 잃지만 중국은 겨우 미사일 하나 잃는 것이다. 사드 방어기지도 이에 대한 방어 태세일 것이다. 그러나 당장 한국에서 저리 반대하는 걸 보면 좀 희망이 없어 보이긴 한다.
그 외에도 미군기지는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 등 민주국가라는 점이 악용으로 작용해 적어도 ‘어디에 미군기지가 있다’정도는 알 수 있게 지도에 노출되어 있는 반면 중국 군사기지들은 ‘지하만리장성’이라 하여 어디에 있는지 알기도 힘들다. 중국의 값싼 탄도미사일들은 미군 기지들을 위협해서 초토화시킬 수 있다. 이에 미군 역시 기지를 비공개-분산배치를 해야 한다고 저자는 팁을 준다.
<4 – 강력한 해커 부대로 자유국가들의 보안망을 초토화!>
★ 말 그대로. 이미 상당수의 미국이 자랑하는 최첨단 군사과학기술(주로 군용기)과 우주기술이 중국에 넘어갔다고 한다. 게다가 중국은 70년대부터 우주개발을 하고 있었는데(사실 자력으로 한 건 아니고 근래의 미국기술 탈취로 더욱 강해지는 것일 수도 있다) 한국 입장에선 공포감에 휩싸일 정도로 별에 별 것을 만들어낸다.
책에서도 “싸구려 가전제품과 유해한 애완동물 사료밖에 못 만드는 나라주제에 우주진출 계획이라니 꿈깨라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을 바꾸기 바란다.” 아주 무서운 말이 나온다. 어떻게 보면 마법을 부리는 것 같다.
<5 – 삼전(三戰) - 무서운 범률전-심리전-여론전>
★우선 법률전은 영토 분쟁이나 외교 분쟁에서 모호한 역사에 기댄 잘못된 영유권을 강조하는 식으로 상대국을 압박하는 것이고 여론전의 경우 아예 미국이나 유럽의 뉴스방송과 똑같은 뉴스 채널을 공산당이 직접 제작하여 해외에 방송하고 이걸 진짜 자유국가들의 언론인 것처럼 보여준다. 내용은 당연히 모든 면에서 중국의 입장이 정의이며 참이라는 것인데 잘 모르는 사람은 깜빡 속아 넘어간다. (사실 한국 상대로 이런 방송 나오면 한국은 패닉에 빠질 수도 있다) 심리전은 그 외에도 자국민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해당국가로 보내 힘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대표적으로 오키나와 미군기지 철수를 유도하는 시민단체들을 지원하는 것이 있겠고 이게 아니면 ‘우리가 이 물건 안 사줄꺼야!’라는 식의 경제보복이 있다.
<6 – 중국을 알게 모르게 도와주는 유럽국가들 / 유엔에서의 지위 악용>
★ 냉전이 끝나다보니 아무래도 ‘군사무기를 거래해도 그걸 민간으로 사용하면 문제없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유럽 국가들은 디젤 잠수함들을 중국에게 거래한 적이 있었는데 민간용으로 사용된다던 무기들은 모두 중국 정부 - 공산당으로 들어가 더욱 강력한 군사기술 확보로 이어졌다. 게다가 유럽이 미국을 싫어하다보니 은근슬쩍 중국을 도와준 부분이 많다고 책에선 많이 까고 있다.
그 외에도 유엔 상임이사국 지위를 이용해서 세계의 주요 협안에 대해 반대하거나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본질적으로 사건해결을 힘들게 하는 짓을 자주한다는 것.
한편으론 중국은 미국에 이어 인도와 동남아 국가들에게도 무서운 무기를 쓸 수 있는데 바로 그것은 ‘티베트의 수원’이다. 인도의 대동맥이라 부르는 갠지스 강과 인더스 강의 수원이 하필 티베트에 있고 동남아시아의 메콩 강조차 티베트에 수원이 있다. 하필 이 티베트가 독립은커녕 점점 중국의 지배가 확고해지는 가운데 이곳의 수원을 조절하려는 중국의 행동이 본격화되는 조짐이 보인다. 만약 그리되면 인도와 동남아시아는 수원조절로 인해 엄청난 재앙이 닥칠 수 있다. 이 때문에 인도는 중국에 맞설 전략을 계속 추가하고 수정 중이다.
<7 – 경제발전을 도왔으나 돌아온 건 더욱 강한 공산당 거대국가>
★ 소련을 견제한다는 핑계로 미국은 과거에 중국에 막대한 경제적 지원과 중국에서 만든 물건을 미국이 구입하게 하여 중국의 경제발전을 도왔다. 이리되면 부유해진 중국이 알아서 민주주의를 받아들이고 평화를 사랑하는 얌전한 국가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아시다시피 중국은 돈을 벌었고 그 돈으로 더욱 무서운 군사력 확장을 해대고 더욱 중화사상을 발전시켜 주변국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모습을 보였다. ‘잘사는 북한’인 셈.
중국을 WTO에 가입시키면 세계평화가 올 것이라는 주장과 달리 중국은 그 잔혹함에 변화가 없었고 미국은 반대로 실업자가 2천 5백만 명, 무역적자는 매년 3천억 달러, 총 적자규모는 수조 달러로 늘어났다. 최근까지 무려 7만 개의 일자리도 소멸했고 말이다.
<8 – 그럼에도 중국에 대항하지 못하는 이유>
★ 가장 큰 이유는 PC. 컴퓨터가 아니라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잣대 때문이다. 모든 분쟁의 원인은 서양 문명이다. 이제 냉전이 끝났으니 국가 간의 경쟁은 무의미하다. 미국도 나쁘다. 남의 잘못보다 자기 자신부터 반성하자 등 온갖 잣대가 2000년대 이후 유럽과 미국에 만연했고 냉철한 국제관계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만들었으며 오랜 평화와 민주주의 국가들 특유의 분열도 제대로 된 대항에 찬물을 끼얹었다.
게다가 중국 덕에 이득을 보는 글로벌 기업들과 학계/영화계/언론계 등에 침투한 중국 자본에 의하여 중국에 대한 제대로 된 비판이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학계와 언론에선 이를 자유로운 시장경제로 인한 당연한 현상으로 여기기에 조금씩 스며드는 중국 위주의 세계질서 개편에 대항하지 못하게 만든다.
결국 이를 벗어나기 위해선 미국과 동맹국 모두 단순한 군사력과 경제력이 아닌 ‘종합국력’을 길러내 장기적인 미래를 위한 협의를 꾸준히 벌여야 한다.
당장 요즘 현실에선 ‘좀 공부 좀 하는 학자를 꿈꾸는 학도’ 아니면 ‘정치에 관심 있거나 우파 역사 덕후’가 아닌 이상 중국의 정치적 만행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없고 이에 대한 자료를 보여줘도 시큰둥한 반응이다. 반서방 풍조는 하나의 장르(?)가 된지 오래인데 혐중이 아닌 정치적 슬로건으로서의 반중은 여전히 제대로 크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선 현실주의 핑계로 아예 얘기조차 할 수 없다. 그저 필히 나쁘게 전개되는 미래를 아는 사람들에겐 이보다 악몽 같은 상황은 없을 것이다...
이 책 외에도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저자 : 존 미어샤이머)’도 추천한다. 이 책의 경우 기본적으로 세계질서는 강대국 위주로 돌아가며 그 안에서 주변국들은 전략이 제한적이되 상황에 따라 살아남을 수 있는지 아닌지를 알려주는 고마운 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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