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08 21:21

<서평> 박시백의 ‘35’년 제1권 미분류


(책표지)


박시백 화백은 역사관련 만화로는 가장 유명한 작가일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으로 유명세를 떨친 그가 이번엔 일제강점기를 다룬 ‘35’년을 그렸다. 이 작품으로 일제강점기에 대한 내용을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정독을 했다. 물론 아쉬운 부분이 많은데 이건 후술하겠다.

우선 깔끔하게 대한제국이 국권을 피탈당한 직 후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책은 일본의 주요 군인, 정치가들이 어떤 행동을 펼쳤는지 간단명료하게 서술한다. 그리고 이로 인해 일어난 결과도 나온다. 먼나라 이웃나라만큼의 과장된 그림체는 아니더라도 적당히 차분한 형태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학습하는 방식이다.

아쉽게도 이 책은 단권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시리즈물로 기획된 것이라서 1권에선 강점기 초기에 일어났던 일본의 국내정책과 대외정책을 소개하고 한국 독립운동이 어떻게 시작되고 전개됐는가가 전부다. 이후의 이야기들은 세월이 흘러 계속 후속작품이 발간되는 형식이다. 그리고 한번은 되돌아봐야 할 문제도 있는데 박시백 화백이 초창기에 만화를 연재했던 곳은 ‘한겨레’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진보성향이 매우 강한 신문이었다. 비록 이후 작품 활동은 퇴사 후 스스로 이룩한 것이지만 근현대사를 이루는 사정으로 작품 성향이 어느 정도 좌파시각을 띌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했다.

이는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에서 미국과 영국 그 외의 제1세계 국가들의 자유민주주의 정치사상을 이어받은 사람이 서재필 혹은 이승만, 도산 안창호(안창호는 이승만의 ‘미국에 의한 위임통치 청원’을 같이 옹호하셨고 기독교 정신을 입각한 정치를 표했기에 이승만과 정적이었어도 일반적인 사회주의와 거리가 먼 사람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도인데 이 중 오래 살고 정치적으로 성공한 사람은 이승만이 유일하다. 그들을 뺀 나머지 모든 독립 운동가들은 극렬민족주의 혹은 중국과 러시아, 북유럽과 독일의 영향을 받은 사회민주주의 그리고 정말 심각한 공산주의-사회주의, 마지막으로 무정부주의(아나키즘)를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이들을 존중(?)하기 위해서도 그리고 학계에 포진한 학자 분들의 성향 상 우파성향의 역사인식을 하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게 옳고 그름이 아니라 일단 현상이 그렇다는 것)

대표적으로 다른 독립 운동가들의 활동은 활동을 간단하게 적고 어쨌건 의미 있고 긍정적으로  표현했는데 이승만 파트로 돌입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지나치게 이승만을 비하해서 문제가 많았던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분위기로 이승만 혹은 그와 생각을 공유하는 운동가들의 행동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괜히 다른 독립 운동가들을 훼방시키는 파트로 만든 기분이었다. 이는 결국 한국 스스로의 무장 독립투쟁 혹은 중국이나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무력으로 일본을 무찌르는 형식의 독립이 절대 선이고 미국을 비롯한 당시 제국주의 국가들의 도움을 받는 독립이나 자치권 확립은 나쁜 것으로 여기는 심리가 작용하지 않았나 싶었다.


난 지금(2018년 기준)은 정말 구한말부터 1980년대까지의 한국 역사는 정말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일본조차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근대화한 제국으로 성장했음에도 후진적인 마인드로 세계대전을 일으킨 존재들로 비하 당하는데 한국에선 자유, 사유재산이라는 개념도 몰랐고 민주주의도 몰랐던 사람들이 많았다. 대한제국이 노력을 많이 했다곤 하지만 결국 어떤 시나리오건 한국의 20세기는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엔 일본에게 능욕을 당한 후 풀려나서 분단이라는 비극을 당한 후 미국의 초창기 지원과 권위주의 아래서 고속성장을 이뤄 그나마 ‘경제 성장의 막차버스’를 타서 그나마 선진국 문턱에 들어간 것이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물론 모든 독립 운동가들을 존경한다. 그들의 노력은 반드시 기억에 담을 것이다. (김일성 같은 가짜들은 걸러둬야 하지만) 이런 이면을 알고 나선 친일파니 민주화니 이런 문제는 더욱 암울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로 들어 일본이 미우면 일본만큼 잘 사는 게 최고의 복수인데 그거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

일제가 저지른 초창기의 잔혹한 국가개조는 사실 대한제국이 근대화 됐으면 일본만큼 무시무시한 정책을 펼쳤을 것이 뻔하다. 고종 황제가 러시아와 독일의 황제체제를 열렬히 지지했고 이 나라들은 무시무시한 권위주의 국가들이 아닌가? 우리라 다를 것이란 건 희망사항일 뿐이고 대부분의 어두운 정책들을 강제로 시행하면서 시민들과 충돌을 빚었을 것이다. (게다가 일제 강점기에 들어오면서 사또들의 가렴주구는 없어졌다는 농민들의 푸념을 들었을 때 참 말이 안 나왔다. ‘조선은 왜 무너졌는가?’ 책도 생각났더라고) 그리고 대한제국이 그대로 이어지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겼을 텐데 지독한 선비들, 성리학자와 유학자들이 그대로 유지된 채 사회가 유지됐을 테니 일본이나 인도 못지않은 악습이 남았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유학자들이 기득권으로 정부를 견제하며 남아있는 대체역사 속의 한국을 그다지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일제강점기는 외세의 강점이기에 절대 긍정적으로 볼 수 없고 저주받을 시대라고 욕을 해야 하겠지만 한편으론 현대까지 이어지는 우리의 일상을 볼 때 마냥 욕만 할 수는 없다고 느낀다. 남은 건 어떻게 해야 다시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을까와 독립운동을 위해 여러 인물들이 다양한 방면에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어쨌건 역사만화가로는 TOP급에 위치한 박 화백이니 앞으로 출간 될 작품들에 대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이야기를 마치겠다.

덧글

  • 존다리안 2018/03/09 10:46 # 답글

    일제,구한말의 어떤 지식인인가는 우리가 식민지가 안되었어도 막장이었을 거라는 주장을 했던가
    그럴 겁니다.

    솔직히 식민지 안되도 대한제국 황제정+모델이 영국같은 온건한 입헌군주정이 아닌 러시아,일본
    ,독일 등....
    뭐가 나올지 참 궁금합니다. 일본의 선진적(.....)인 헌병경찰제도에 감동 먹은 대한제국 정부가
    군대에 경찰권을 부여한다든가...
    (헌병경찰제도는 프랑스,이탈리아 보면 그리 나쁘지만은 않지만 일제를 보면....)

    이승만 라이벌로 좋게 나온 사람도 실은 뒤가 구리다는 이야기가 있었던가....
  • K I T V S 2018/03/09 11:17 #

    대안은 없고 이승만은 차악인데... 현실은 이승만 박정희 X까. 여운형 김구 고종 불쌍해... 이게 대부분 인식인지라...
    갈 길이 머네요...
  • 존다리안 2018/03/09 11:18 #

    김구의 경우 당시에 정적들이 너무 많았다던가요.
  • K I T V S 2018/03/09 13:47 #

    파시스트라서 이 사람 저 사람 죽이던 사람인 건 맞아서...ㅠㅠ
  • 2018/03/09 16:45 # 삭제 답글

    저 혹시 이거 부흥의 서평 이벤트인가요?
    저 시대에 제대로 된 대안이 있었을까요?
    외교도 거의 만렙으로 해야하고 그 이후에 산업화도 해야했을텐데 말이죠.
    극악의 난이도였다고 생각합니다.
  • K I T V S 2018/03/09 17:05 #

    깨는게 불가능한 난이도였으니 과거는 잊지는 말되 다시는 그 때로 당하지 말아야겠다는 각오랑 열심히 노력하자는 결론 밖에 안 들어요.
    결국 이건 부국강병이 유일한 대안인데. 솔직히 이것도 맨날 반대만 부딪히니까 안타깝습니다.
  • 2018/03/09 17:56 # 삭제

    근데 사실 그 부국강병도 그런게 일본이 그 루트였는데 아주 장렬히 망했잖아요.
    우리나라 권위주의 시대도 그렇고 지금 중국도 그렇고.예전 일본도 그렇고 국가가 강해진다고 국민들이 행복해지는 건 아니잖아요.
    저 시대의 교훈을 억지로 찾아내고 다른 답을 현대에 적용하면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제국주의시대라 현대랑 다르고 우리에겐 많이 아쉽지만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현실성이 떨어지는 주장이라 생각합니다만..
  • K I T V S 2018/03/09 18:11 #

    죄송하지만 한국인들은 자존심이 너무 강해서 반드시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고 이 결과는 우리의 먹거리와 인생이 관련있다는 것을 더 강하게 느낍니다.
    이걸 그나마 긍정적으로 풀려면 일본보다 잘 살고 중국과 일본이 건드리지 못하는 나라로 변해야한다는 거 밖에 안 떠오릅니다. 괜히 위안부니 뭐니 북한이 뭐니 평화니 안정이니 미래를 여는 역사니 나발이고 그저 한국이 강하고 더 잘 나가면 입 뻥끗 안하고 가만히 있던 일본과 중국은 알아서 한국한테 손을 내밀고 나랑 뭐 하지 않을래? 하고 관심을 가지는게 세상사이고 인간사라고 말입니다. (부정적으로 풀면 결국 그 끝은 히틀러 아니면 폴포트입니다)

    강해진다고 국민들이 모두 행복해지진 않지만 적어도 타의에 의해 비참하게 짓밟히고 끌려다니고 잡아먹히고 맞아죽진 않습니다.

    결국 이걸 깨닫기 위해선 제국주의의 속성도 알아야하지만 결국 이득에 따라 세상사, 인간사가 바뀐다라는 것을 알고 최대한 냉정하게 움직이고 감정적으로 휘둘리지 말고 다만 미래에 대한 보상은 반드시 준비해야한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방향성은 그거와 전혀 거리가 먼 것 같네요.
  • 2018/03/09 21:42 # 삭제

    저도 그러면 좋겠지만 팍스코리아나..가 가능할지가..
    말씀하신 내용은 관료들이 냉정히 판단할 문제인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저와 의견이 다르시지만 고견 잘 보았습니다^^
  • K I T V S 2018/03/09 21:46 #

    팍스 코리아나는 혼자서 절대 안되죠. 미국과 공조가 엄청나게 중요한 법인데. 물론 종미-숭미를 하자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좀 화끈한 협상으로 미국을 끌어들여야 하는 걸 위정자분들이 그냥 모르는 거 같아요...
  • 김안전 2018/03/13 14:59 # 답글

    이승만의 최후가 안좋긴 했지만 그래도 이승만이란 사람이 있기에 지금 블로그 활동이니 이런거 하고 살지 않나 싶습니다. 사실 해방후, 그리고 한국전쟁 이후 한국은 대단한 성장을 거치면서 변혁을 겪어온게 사실이라고 봅니다. 왜냐 바로 위 북한이라는 말도 안되는 집단이니 중국, 소련 등을 보면 되니 말이죠.

  • K I T V S 2018/03/13 15:03 #

    식민지배 당하기 전 상태도 정말 엉망이었고 제국주의 열강에게 지배를 당하다가 풀려난 후 '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가 거의 없고 그 중에서도 민주주의까지 이룩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한 것이 최고의 강점이자 자랑거리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모두 중국,러시아,땅을 빼앗아 간 북한이라는 말도 안되는 적과 마주치면서 미국의 적절한 지원을 받으면서 집중성장을 한 것이 가장 유력한 설이라 생각들어요.
  • 스카라드 2018/04/05 17:16 # 답글

    박시백은 장도리나 굽선생보다 답이 안 나오는 극좌파 운동권세대입니다. 그 옛날에 박통령의 110회 독립군 토벌설을 진지하게 믿고 설레발친 양반인데요. 장도리가 장편만화를 그린다면 바로 박시백입니다. 박시백은 자신이 증오하는 남한산성의 임금과 같은 부류에 불과하지요. 달빛 주상의 즉위 이후에 제세상 만났다고 설쳐대는 종북운동권 선동꾼이죠. 이번 정권 내내 배부르고 따스한 전성기를 보내실 분입니다.



  • K I T V S 2018/04/05 17:17 #

    뭐.. 어쨌건 그 사람의 만화작품 중 조선왕조실록은 현재로선 최고로 불리는 만화이니 결국 우파쪽에서 역사만화를 그려서 대박치면 그만일 겁니다. 물론 그게 없겠죠... 힘들거나.... 참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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