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10 01:27

[영화감상] 수부라 게이트를 관람하고... 비밀의 정원 (소감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이 영화는 아버지께서 보고 싶다 하셔서, 고민(혹시나 피가 가득한 영화가 아닐까 생각해서) 끝에 강동 롯데시네마에서 토요일 오후에 상영한다는 사실을 알고 같이 관람하고 왔습니다. 저는 원래 서양의 특정 시대극(로마, 이슬람, 중남미, 아프리카, 근세-근대 유럽사 등)이나 판타지, 웅장한 어드벤처가 아니면 극장에 가질 않는 반면 아버지는 반대로 정치, 한국 사극, 느와르-액션물을 선호하셔서 취향이 상극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관람한 ‘수부라 게이트’라는 영화는 배경이 이탈리아이며 배우들도 모두 이탈리아 출신 배우들이 찍은 정치-느와르물이라는 점에서 조금 마음이 이끌렸습니다.

이 작품은 실제 일어난 사건을 재현한 것이라 하는데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임기 중 퇴임을 발표하려던, 그리고 한국에서도 놀림받았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2011년 11월이 배경입니다. 이탈리아의 법조계와 정치권 그리고 종교계까지 연루된 큰 사건이었다고 하네요. 어느 한 부패한 여당 국회의원의 실수로 인해 일어난 사건이 계속 번져 나가 7일 후, 큰 파멸을 맞이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수부라(실은 영화 제목에 ’게이트‘가 붙은 건 한국판 한정)’는 고대 로마 시대의 황제의 뒤에서 일어난 온갖 향락과 음모가 펼쳐지는 장소라는 뜻인데... 이후 이탈리아에선 빈민가를 뜻하는 단어가 됐다고 합니다. (이게 맞나?) 실제 이탈리아에선 2011년, 자국의 경제가 무너지고 있는 와중에 로마 시내의 빈민가를 철거하고 향락시설을 세우려는 ‘수부라 재개발 특별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집권 여당 정치인들이 안간힘을 썼다고 하네요. 초반에 그런 장면이 나옵니다.

일단 영화는 교황이 심적 고통을 보좌 신부에게 토로하는 것부터 시작하고 이어서 여당 국회의원들이 수부라 재개발을 밀어붙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장면으로 이어지며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그리스의 치프라스 총리 혹은 야인시대의 구마적을 살짝 닮은 ‘말그라디’ 의원이 업무를 마치고 호텔에서 창녀들과 외도를 펼치다 그 중 한 창녀가 실은 미성년자이고 마약에 내성이 없어 죽는 참사가 발생합니다. 물론 말그라디는 이걸 옆의 접대부 ‘사브리나’에게 처리하라 명하고 그녀는 자신의 지인 ‘칼잡이’를 불러 소녀의 시신을 강에다 유기하죠.

그러나 지인 칼잡이는 말그라디 의원을 다음 날 만나 그가 진행하는 재개발 사업에 자신의 이권을 넣으라고 협박합니다. 안 그러면 미성년자랑 마약 즐기다 죽였다라는 걸 폭로할 거라고... 그러자 의원은 자신의 동료 상원의원에게 고민을 털다 그 상원의원이 아끼는 마피아 대머리 ‘넘버8’을 고용해 칼잡이를 죽입니다. (실은 겁만 주라고 한 건데 칼잡이를 아예 죽여버린 것) 여기서부터 사건이 점점 더 꼬입니다. 칼잡이가 실은 무서운 마피아 두목 ‘만프레디’의 막내 동생이었던 것.

그 전에 이 영화의 주인공급 인물들을 보여주는데 맨 처음엔 정치인들을 초대해 파티를 여는 파티 플래너 세바스티아노(줄여서 ‘파티맨’으로 쓰겠습니다)를 보여주고 파티의 여친이 사브리나라는 것을 보여주죠. 또 의원의 동료 상원의원이 아끼는 넘버 8은 국회의원들도 경멸하는 무서운 마피아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힘없는 서민들 괴롭히고 불구로 만들고 내쫓는 짓을 저지르는 악당이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그와 그의 여친 비올라의 생활을 보여주면서 괜히 감정을 이입하게 만듭니다!!(배우분도 카리스마적으로 생겨서 그런 걸지도;;)
또 로마의 왕으로 불리는 안경을 쓴 지적인 형사처럼 보이는 아저씨도 보이는데 실은 이 사람의 정체는 추기경들과 정치인들도 함부로 건들지 못하는 마피아 두목 ‘사무라이’입니다. 가는 곳마다 몇 마디를 남기고 자신에게 대들던 마피아 하나를 소리 소문없이 교통사고로 죽여버리는 무서운 모습을 보여주죠.

크게 영화의 주인공들을 ‘의원’, ‘파티맨’, ‘대머리(넘버8)’, ‘안경아재(사무라이)’로 나눌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선한 사람은 없습니다. 그나마 나은 사람이라면 파티맨인데 자기가 살기 위해 여친을 배신한 점이나 부패한 정치인들과 결탁한 정보를 속속 알고 있는 점에서 고결한 인물은 아니죠...


아무튼 짧게 영화 스토리를 정리하자면,


0. 교황이 고통스러워해서 사퇴하려 함, 이탈리아 여당은 재개발을 밀어붙이려함 
1. 주인공 의원이 창녀들과 즐기다가 미성년자 소녀가 마약 빨고 죽음
2. 의원은 창녀 사브리나에게 책임을 씌우고 그녀와 칼잡이 지인이 시체 유기
3. 칼잡이가 의원을 협박하다 동료의원이 부른 넘버8이 칼잡이를 죽임
4. 사무라이가 의원에게 사고 좀 치지 말라고 갈굼. 의원과 사브리나는 입 다물기로 함
5. 한편 파티맨은 아버지의 자살을 슬퍼하다 만프레디의 졸개들에게 끌려감
6. 그 이유는 만프레디가 아버지의 빚을 파티맨에게 돌려받기 위해서 협박한 것
7. 설상가상으로 칼잡이가 만프레디 동생. 넘버8이 정보를 파티맨에게 물음
8. 사무라이가 넘버8에게 경고하나 자존심 강한 넘버8은 말 안들음
9. 만프레디 부하들이 넘버8을 쏴 죽이려고 총격전 펼침. 이후 넘버8은 낚시터에서 근신함
10. 넘버8 여친 비올라가 빡쳐서 만프레디 부하 둘을 총 쏴 죽임
11. 만프레디 부하들이 파티맨 협박해서 사브리나가 그의 집에 있다는 걸 알아채고 데려옴
12. 사브리나로부터 의원의 집 알아내곤 만프레디는 복수를 한답시고 파티맨도 자신의 범죄에 가담시키고 의원도 협박하면서 그의 아들도 납치함
13. 의원은 빡쳐서 사무라이한테 왜 나를 안 지켜주냐며 징징댐
14. 사무라이는 넘버8에게 그의 여친 비올라를 만프레디에게 인도하고 재개발 사업 일부를 양보하라고 경고하지만 넘버8은 뻐팅김
15. 사무라이와 부하들이 넘버8 일당을 모조리 죽임. 비올라는 간신히 살아남아 도주
16. 재개발법 통과되어 만프레디가 파티맨에게 의원 아들을 다시 보내라고 함
17. 파티맨은 ‘내가 도와줬으니 저택만큼은 냅둬라’라고 부탁했으나 처 맞고 길가에 버려짐
18.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사퇴하면서 집권여당 개박살. 의원은 물론 동료의원들까지 절망함
19. 만프레디는 비오는 날 집 앞에서 파티맨에게 기습공격당하고 기절상태에서 자신이 키우던 도사견 철창에 던져져 끔찍하게 살해당한다
20. 교황은 이탈리아 정계가 개편되자 묵주기도하며 안도의 한 숨을 내쉰다
21. 사무라이는 늙은 어머니에게 인사하고 집을 나서려는데 살아남은 비올라에게 살해당함


여기까지가 스토리라고 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저는 광고 문구인 ‘7일 후, 로마는 파멸한다!’라는 멘트와 로마 시와 총알이 날아오는 포스터 때문에 맨 마지막엔 정치인들 여럿이 총 맞아 죽고 사무라이나 넘버8끼리 총격전을 펼치거나 만프레디 일당과 넘버8 일당이 길거리에서 피튀기며 싸우는 장면이 나올 줄 알았는데 정작 터프한 척 하던 넘버8은 중반부 총격전 기습으로 부상당하고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사무라이에게 저항도 못하고 순식간에 죽어버리고 만프레디조차 그 약골이자 겁쟁이 파티맨에게 기습공격을 당해 기절하고 죽어버렸으며 사무라이마저 나중엔 허망하게 비오는 날 총 맞고 황천길로 가버린 점이 특이했습니다.

영화에서 말하는 ‘파멸’은 결국 베를루스코니의 사퇴로 인한 집권여당의 붕괴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맨 마지막에 비올라나 파티맨이 기자회견을 하며 눈물 섞인 호소를 할 줄 알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마지막에 특별한 나레이션이나 멘트도 없이 바로 스텝롤이 올라가서 의아스럽기도 했는데... 뭐 저는 결국 부패한 자들은 필히 멸망하고 만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최후반부에 의원들이 파티장에서 휴대폰을 보며 표정이 굳어버리는 점은 영화 ‘내부자들’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또 이탈리아가 굉장히 부패한 나라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꼈고요.

분명 이 영화가 영국, 미국에서 만들어졌고 배우들이 영어로 대화를 펼쳤다면 그저 그런 느낌으로 다가왔을 텐데 역시 이탈리아어로 진행되니 뭔가 색다른 맛이 느껴졌습니다. 저에겐 굉장히 맞지 않았을 수도 있었는데 아버지랑 함께 보니 재미가 더 다가온 것 같았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저런 무서운 정치조폭들이 있지 않을까하는 걱정과 함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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