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04 02:24

[영화감상] 콩 : 스컬아일랜드 시사회를 다녀오고... 비밀의 정원 (소감문)

[영화감상] 고질라는 고질고질해!


저는 이 영화를 무려 3년이나 기다렸습니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킹콩의 무대였던 해골섬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가 나온다!’라는 정보를 접했고 이 영화가 무려 2014년에 개봉했던 고질라 세계관과 이어진다는 것까지 합쳐져서 도무지 이 후의 상황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시사회는 잠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7시부터 표를 나눠줄 때 시작됐습니다. 빨리 갔어야 했는데 자동으로 표를 배분받는 줄 알고 7시 35분에야 도착해서 표를 받았습니다만.. 하필 극장이 거대한 슈퍼플렉스 G관이었고 5번째  칸인 ’E열 42, 43‘이었습니다. 오른쪽에 위치한 좌석이라 중앙을 향해 약간 방향이 뒤틀린 좌석이었네요. 덕분에 영화 보는 내내 눈이 조금 피로했습니다. 다음부턴 일찍 와야겠습니다. 혹시나 이런 일을 겪지 않도록 일찍 표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이런 아쉬움과 달리 영화 자체는 기다린 보람대로 굉장히 재밌고 만족스러웠습니다! 이제부턴 스포일러가 가득 담겨있으니 여기서부터는 주의하며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맨 처음엔 해골섬으로 보이는 섬의 해변으로 프로펠러 전투기 한 대가 떨어집니다. 그리고 미군 조종사가 비틀거리며 일어서죠. 그 사람의 정체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전투기 조종사였습니다. 어라? 이번 킹콩 영화는 70년대가 배경 아닌가? 아무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선 일본군 전투기가 떨어지고 일본 공군 조종사도 나옵니다. 일본군 조종사는 미군 조종사를 향해 일본도를 들고 고함을 지르며 추격합니다. 정글을 지나 절벽까지 도망치던 미군 조종사는 일본군의 검을 손으로 막아내면서 피를 흘리면서 베이지 않으려고 발악합니다. 두 사람이 이렇게 싸우는 순간, 갑작스러운 진동과 함께 거대한 그림자가 그 둘을 덮칩니다. 거대한 킹콩의 실루엣이 나오면서 인트로가 끝납니다. 예고편에선 다들 사무엘 L 잭슨과 톰 히들스턴이 서로 다투다가 킹콩에게 습격받는 걸로 착각하겠지만 실은 과거의 이야기였던 것이었습니다.

그로부터 본편 시간대인 70년대로 넘어옵니다. 고인돌 가족 플린스톤으로 유명했던 ‘존 굿맨’씨가 여기선 모나크의 간부 중 하나인 ‘랜다’로 나옵니다. 모나크는 2014년판 고질라에선 오래 전부터 지구상에 존재한 괴수들을 추격하는 단체였습니다. 랜다는 자신의 상관에게 남태평양에서 어떤 거대한 섬이 위성사진으로 발견됐고 소련이 먼저 이 섬을 차지하기 전에 조사를 위한 군대의 지원을 부탁하고 허락받습니다. 실은 이 안에 괴물들이 존재하고 그것을 통해 지구에 괴수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였어요.

초반 몇 십분 간은 랜다를 중심으로 인간측 주인공들이 모이는 과정을 보여줘요. 때 마침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이 철수하려 하자 이들을 이용하기로 마음먹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전직 영국장교 콘라드(톰 히들스턴), 부하들을 사랑하는 강직한 군인 패카드(사무엘 L 잭슨),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여기자 위버(브리 라슨) 등 각지에서 모인 주역 인물들은 학자들과 장비, 군인들과 함께 해골섬에 도착합니다. 일행이 탄 군용 헬기들은 지질 조사를 위한 폭격명령(이것은 핑계고 실은 지하에 숨어있는 괴물들을 지상으로 나오게 하려고)을 받고 해골섬 곳곳을 폭탄으로 불바다를 만듭니다. 그리고 어디서 날아 온 거대한 나무에 헬기 한 대가 박살나면서 영화의 첫 번째 희생자 등장 및 킹콩이 첫 활약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지금까지의 영화들과 달리 콩(영화 내내 킹콩으로 부르지 않고 ‘콩’으로 부릅니다. 따라서 콩으로 부르겟습니다)은 기관총을 맞아도 쓰러지지 않고 압도적으로 모든 헬기를 부숩니다. 정말 순식간에(플레이 타임은 길지만 급박하게 전개되서) 주인공 일행이 속한 군용 헬기들을 전멸시켜요! 복엽기 총알 몇 대 맞고 추락사한 피터 잭슨의 킹콩이 아니었습니다. 쌍발 헬기를 두 동강 내고 주먹으로 하나씩 하나씩 헬기를 터트려버리는 파워풀한 괴수였습니다.
게다가 콩은 부득이한 상황이었지만 군인 몇 명은 꿀꺽 삼켜버리기도 했습니다. 식인!

이렇게 주인공 일행은 콘라드 파와 패카드 파.. 그리고 홀로 떨어진 채프먼(토비 케벨. 이분이 맞았나?)이라는 군인 아저씨 이렇게 조난당합니다. 콘라드 일행은 이리저리 헤메다가 해골섬의 토착 주민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이들은 1933년 판, 1976년 판 그리고 피터 잭슨 감독의 2005년 판처럼 적대적인 무서운 사람들로 묘사될 뻔하지만 갑작스럽게 나타난 새로운 인물의 만류로 오히려 일행을 보살펴주는 사람으로 연출되요. 이 새로운 인물은 2차대전 참전용사 말로우(존 C 라일리)였는데 과거 1940년대에 전투기 타고 전장을 누비다 해골섬에 추락하고 여기서 같이 떨어진 일본군 병사와 함께 생존하다가 일본군인이 먼저 죽었다고 말해줍니다. 즉, 초반에 나왔던 미군과 일본군 두 사람이 각각 말로우와 이미 죽어 무덤만 남은 말로우의 동료였던 것!

말로우는 콘라드 일행에게 이 섬 주민들은 콩이라는 거대 유인원을 신으로 추앙하고 콩은 주민들과 토착생물들을 지키는 수호신이라 설명합니다. 그리고 콘라드 일행을 공격했던 이유는 당연히 해골섬을 불바다로 만든 것에 대한 정당방위라는 것을. 또 진짜 위험한 존재는 콩이 아니라 지하에 사는 한 쌍의 다리만 있는 거대 도마뱀 ‘스컬 크롤러’무리라는 것을 알려줘요.
콘라드는 섬을 탈출하기 위해 3일 후 북쪽 해안가로 가야한다고 전해주는데 처음에 말로우는 이를 무시하고 계속 이 섬에 갇혀 살아야한다며 체념하다가 이내 생각을 바꾸고 동료의 유품인 일본도를 소지한 채 콘라드 일행과 함께 다시 바깥 세상으로 떠나려 합니다. 말 없는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참고로 이 주민들은 기존의 시끄러웠던 여러 킹콩 영화들의 원주민들과 달리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습니다. 오직 눈빛과 몸짓만으로 분위기를 파악하고 행동하는 신비로운 존재들.

한 편 패카드와 살아남은 장병들은 채프먼을 구하기 위해 정글 이곳저곳을 수색합니다. 그 와중에 거대한 거미괴물을 만나 끔찍한 전투가 이어졌고 병사 한 명이 전사합니다. 이미 콩이라는 괴수에 의해 많은 수하들을 잃은 패카드는 처음엔 랜다에게 이런 짓을 시킨 이유를 묻습니다. 가족이나 다를 바 없는 부하들을 잃은 패카드는 분노하며 랜다에게 총을 겨누지만 랜다도 만만치 않게 ‘나도 수십 년 전, 어떤 괴물에 의해 배가 침몰하고 수천 명에 달하던 동료들 중 나 혼자 살아남았다’라고 일갈합니다. 수천명의 목숨을 앗아간 괴수는 정황 상 ‘고질라’로 추정됩니다. 이 섬을 방문한 목적도 인류를 위협하는 괴물들의 존재를 입증하고 바로 군대를 동원해 이들을 쓸어내기 위한 사전작업이었다는 것을 설명하죠. 이에 패카드는 랜다를 같이 끌고가며 섬을 탈출하기 전에 채프먼이 추락한 헬기에서 무기를 되찾아 콩을 비롯한 섬의 괴물들을 전멸시킬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이 때문에 다시 콘라드 일행과 재회한 이 후 패카드는 콘라드-말로우 등과 엄청난 갈등을 빚게 됩니다. 그래도 일단 채프먼을 구하기 위해 일단은 위험하지만 서쪽의 헬기잔해를 향해 가보기로 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혼자 있던 채프먼은 스컬 크롤러에 의해 잡아먹혀 죽고 맙니다. 두 일행이 만났을 땐 이미 불귀의 객이 된 상황. 평소에도 전쟁 끝나면 사랑하는 아들한테 꼭 돌아가고 선물도 주겠다는 등 훈훈한 모습을 보였던 유부남 아저씨여서 안타까웠습니다. 게다가 나중엔 반쯤 소화된 해골로 토해지는 확인사살까지...

일행은 길 가다가 낮은 지대를 발견하는데 거기엔 뿔공룡 트리케라톱스의 머리뼈 뿐 아니라 각종 생명체들의 해골이 가득했고 그 중엔 콩의 부모로 보이는 거대한 유인원의 골격도 있었습니다. 날씨도 나빠지고 가스도 가득해서 담뱃불만 켜도 폭발이 일어나 주변의 포식자들에게 걸릴 상황. 결국 소형 스컬 크롤러 한 마리가 나타나 두 번째 전투가 시작됩니다. (전투 시작 직전에 스컬 크롤러가 잡아먹은 먹이들을 토해내는데 이때 채프먼의 해골과 유품들이 떨어짐...ㅠㅠ) 예고편에서 보면 원작의 공룡들 특히 바스타토사우루스 렉스 같은 묵직함이 없어보여서 허접해보일 거라는 것과 달리 여기선 단 한 마리의 스컬 크롤러가.. 그것도 소형 개체가 군인 여럿을 죽이는 기염을 통합니다. 일단 기관총도 먹히지 않고 화염방사기에 맞아 괴로워하면서도 꼬리를 쳐서 제압합니다. 엄청난 속도로 살인에 특화된 정예병사마냥 한 사람 한사람을 집어삼켜요. 여기서 주연 중 하나였던 랜다가 허망하게 죽었습니다. 클로버필드 10번지에서도 그렇고 여기서도 또 죽다니. 저는 랜다가 이리 빨리 죽을지는 몰랐습니다.

아무튼 소형 스컬 크롤러를 제압하긴 하지만 굉장히 많았던 일행은 이제 극소수만 남았어요. 밤이 되자 패카드와 장병들은 헬기까지 도착하고(채프먼이 죽은걸 알았지만 그와 상관없이 콩과 스컬 크롤러 모두 전멸시키려는 허망한 꿈을 포기하지 않아요) 무기를 점검. 콘라드와 위버는 우연히 밤 중에 콩을 만나 교감하죠. 그러나 곧 이어 콩을 죽이려는 패카드와 갈등이 일어나고 미리 깔아놓은 함정등에 콩이 힘겨워 쓰러지고 그틈을 타 폭탄으로 터트리려는 순간... 스컬 크롤러 성체가 나타납니다. 이 때 당황한 것이 화근이 되어 패카드는 콩의 일격에 압사당합니다.

이후엔 모든 일행이 북쪽을 향해 도망치기 바쁘지만 빠른 속도로 대장 스컬 크롤러가 추격하고 그걸 콩이 막아서면서 후반부를 장식합니다. 위버랑 교감했기에(실은 이미 마을에서 위버가 거대한 소를 구해주려다 콩을 만나면서 교감은 시작됐습니다) 인간들을 지키기로 마음먹은 콩은 열심히 스컬 크롤러와 싸우지만 중간에 난파선의 쇠사슬에 걸려 죽을 위기에 처하나 보트를 통한 기관총 공격을 스컬 크롤러에게 가하는 콘라드 일행 덕에 시간을 벌어 스컬 크롤러에게 더욱 큰 공격을 가해 제압합니다. 그래도 이놈은 끝까지 끈질기게 살아남아 콩을 공격하다가 혀가 뽑히면서 최후를 맞이합니다.

그 후 콩은 물에 빠진 위버를 구해내고 이대로 일행은 콩과 헤어지고 무사히 북쪽으로 도착해 귀국합니다. 말로우는 자신이 죽은 줄 알고 지내던 아내와 아빠 얼굴도 모르던 아들(사실 아들 역한 사람이랑 젊은 말로우랑 같은 사람;;)이랑 만나면서 해피엔딩!

이 후엔 쿠키 영상이 있는데 모나크 내부로 이끌려온 콘라드와 위버는 “이 세상엔 해골섬의 제왕 콩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무서운 것들이 있습니다”라는 설명을 받고 그림 자료엔 고지라 시리즈의 전통 괴수인 모스라와 킹기도라 그리고 고질라의 실루엣이 나타나고 고질라의 포효와 함께 이 영화는 완전히 끝납니다.


시사회 이벤트를 열어주신 네이버의 '루피형아'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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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킹콩 영화들과 달리 이 영화에서 ‘콩’은 매우 빨리 등장합니다. 그리고 전반부가 해골섬이고 후반부는 항상 인간들이 사는 도시로 옮겨진 것과 달리 이 영화는 오직 해골섬에서만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감독이신 조던 복트-로버츠는 이 영화의 영감을 준 작품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원령공주(모노노케 히메)’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이 영화에 나온 토착 생물들은 콩과 맞먹을 정도로 거대하며 신비롭습니다. 인간에 대한 자연의 복수 컨셉도 어느 정도 나오는 분위기인 것이 콩의 공격은 정당방위이고 끊임없는 살상을 원했던 패카드는 엄청난 수의 장병들을 잃고 자신도 죽음으로 이어진 점을 보면요. 또 자연과의 교감과 킹콩-여성의 우정은 여기서도 발휘해서 위버를 통해 콩이 주인공을 돕는 역할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 같다고 느꼈어요.

대부분 사람들이 이 영화의 악역 괴수인 스컬 크롤러에 대해 1933년 판 원작에 등장하는 팔 2개만 있는 기형 도마뱀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정작 감독님 말로는 오히려 한국의 괴수영화 ‘괴물’에 등장하는 한강괴물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라 합니다. 꼬리로 사람을 낚아채는 능력과 팔처럼 생긴 두 다리로만 이동하는 것. 물가가 주 서식처라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먹다 소화가 안 된 먹이들을 도로 바깥으로 토해내는 것까지!(전 이 토해내는 모습이야 말로 진짜 제대로 한강괴물을 오마주한거라 느꼈습니다) 또한 일본판 킹콩에 등장하는 괴수인 ‘고로사우루스’가 등장하지 않아 공룡같은 괴수가 나오지 않았기에 스컬 크롤러를 그다지 좋지 않게 여겼었는데 영화속의 활약을 보면 정말 이만큼 무서운 괴수가 앞으로 킹콩 프랜차이즈에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성체 스컬 크롤러의 맷집은 설령 2005년 판의 괴수였던 바스타토사우루스가 거대해져도 방어력은 따라오지 못 할 거라 봅니다.

그 외에 공룡이 등장하지 못한 점과 킹콩의 초필살기인 ‘입 찢기’가 나오지 않았기에(1933년엔 티라노사우루스, 1976년엔 거대뱀, 2005년판에선 바스타토사우루스에게, 일본판 킹콩에선 고로사우루스에게 시전) 아쉬웠지만 이것은 후에 고질라와 크로스오버 되는 차기작에서 나오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킹콩도 파워풀 하지만 이 세계관의 고질라는 장장 2억년을 살아온 역전의 노장에 운석에 맞아도 죽지 않은 불사신이나 다를 바 없기에 어떻게 해야 킹콩이 대적할 수 있을지 걱정이 나오는 판에 이번 영화의 콩은 아직 어린 유체이며 고질라랑 대적하는 2020년대는 무려 수십 년이 지난 상황이기에 고질라만큼 커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습니다, 여전히 걱정되긴 하지만요.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이 ‘킹콩’이 아니라 그냥 ‘콩’이었는지도. 아무튼 그래도 우리의 킹콩은 '상수컷', 터프가이였어요!

또 은근 이 영화는 잔인하게 사람들이 죽는 장면이 많습니다. 거미 괴물에게 습격당할 때 꼬챙이형을 당하듯 꿰뚤려 죽는 군인, 작은 익룡들에게 붙잡혀 갈기갈기 찢겨 죽는 박사. 소형 스컬 크롤러에게 씹어 먹혀 죽는 랜다와 성체 스컬 크롤러에게 수류탄 자폭으로 일격을 가하려다 꼬리치기로 멀리 날아가 폭사하는 군인까지... 적절하게 편집했지만 전작 고질라에 비해 매우 잔인한 죽음들이 많습니다. 뭐 괴수까지 합치면 혀가 뽑혀 죽는 대장 크롤러까지.

그리고 어쩌면 이 영화는 자연과의 교감 뿐 아니라 무의미한 전쟁에 대한 반성이나 군인이라는 신분에 대한 아이러니를 느낄지 모르겠습니다. 이것은 제 주관적인 생각이지만요.

베트남 전쟁에서 맹활약한 패카드. 그러나 베트남 전쟁은 미국이 패배한 전쟁으로 여겨졌고 자신 또한 전쟁에서 병사들을 잃고 해골섬에서도 병사들을 잃는다. 콩을 죽이려는 이유도 내심 말했던 변명이 이거였다. “이 전쟁에서도 패할 수는 없다.” 보통 이 말을 들으면 그를 미쳤다고 여길 텐데 막상 내가 패카드였으면 똑같은 말을 할 것 같았다. 왜냐하면 군인 입장에선 병사들을 도륙한 적을 어떻게든 분쇄해야 복수가 완료되고 병사들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르니. 게다가 베트남 전쟁에 대한 소소한 재평가가 흘러나오는 요즘엔 자신은 열심히 싸웠는데 돌아오는 것은 동료들과 자신의 죽음뿐이니 패카드가 미쳐버리는 것도 이해가 갈 수 있겠다. 다만 그로 인해 다른 인물들까지 피해를 입는 것이겠지만.

반면 말로우는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다. 수십 년간 정글에서 살아남은 용사였고 결국 살아남아서 가족 품으로 돌아온다. 2차 대전은 베트남전과 달리 미국이 승리한 전쟁이다. 대대손손 영광으로 삼아도 된다. 적이었던 일본이었으나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은 화해하고 생존을 위해 힘을 합쳤다는 말을 보면 적이었던 일본을 끌어안은 것을 은유한 것 일수도. 또 말로우는 해골섬 원주민들을 도우며 그들과 교감을 나누고 자연에 적응하며 살았다. 어쩌면 패카드와 말로우라는 두 군인의 운명을 통해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선 끝없는 적대보단 교감과 협력이 필수라는 것을 작게나마 이 영화속에 넣은 것 같았다.

오히려 저에게 콩이 멋지게 활약하는 것 말고도 말로우가 가족 품으로 돌아와 자신이 그토록 알고 싶었던 40년대 이후의 상황을 TV로 지켜보는 장면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이 부분만 빼놓고 보면 괴수영화가 아니라 한 참전용사가 죽음에서 살아 돌아오는 현대판 ‘레버넌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사극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이제 고질라의 속편은 2019년에 개봉합니다. 그리고 1년 후 고질라와 킹콩이 드디어 맞붙습니다. ‘몬스터버스’라 명명된 이 세계관에서 인류는 과연 괴수들로 가득한 지구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영화사가 같은 관계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연출한 ‘퍼시픽 림’ 세계관과 당장은 아니더라도 먼 훗날 조금이라도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현재로선 마블 코믹스 세계관과 함께 시리즈물로 성공할 가능성이 큰 프랜차이즈가 이 몬스터버스이니 저도 남다른 애착을 가져볼까 합니다.


끝으로 ‘콩’이 스컬 크롤러의 혀를 뽑은 장면을 팬아트를 공개하면서 리뷰를 마칠까 합니다.
이렇게 장문으로 리뷰를 쓴 것은 ‘마마마 - 반역의 이야기’ 이후로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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