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표지>
5만원 지폐 주인공, 조선 최고의 성리학자 율곡 이이 선생의 어머니.
현모양처의 상징. 딱 이 정도로만 알려졌던 ‘신사임당’.
과연 이 분의 진정한 정체는 무엇이고 그 업적은 무엇인가?
완벽한 답은 없지만 이 책을 통해 그 동안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신사임당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사임당의 가족을 비롯한 ‘오죽헌의 주인’의 역사를 먼 곳에서 볼 수 있었고 이는 연표에서 보충됩니다. 오죽헌을 세운 최치운부터 이사온, 그리고 신사임당의 아버지였던 신명화에 이르기까지. 또 책 곳곳에 사임당의 작품들을 여러 점 사진자료로 볼 수 있었고 이는 조선시대 미술에 대한 자료집으로 삼아도 될 정도였어요.
이 책은 ‘거인들의 몰락’에 이은,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서 읽는 소설입니다. 허구적인 인물과 장면도 있어 그것을 걸러서 이해해야 합니다. (조선시대가 어렵게 느껴져서 일반적인 서양 대하소설보다 어려운 감이 있습니다) 다행이도 주석으로 소설적 허구로 받아들여달라는 설명이 있었습니다.
사임당의 할아버지인 ‘신숙권’이 ‘매죽루’라는 누각을 세운 것은 잘못됐다는 것부터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임당의 본명이 인선으로 알아 ‘신인선’으로 표기하는 역사책들이 많다는 것을 꼬집기도 했습니다. 처음엔 설명문이 길어서 신인선이라는 본명이 실제로 존재 하는 것 같아 좋았는데 알고 보니 신사임당의 본명은 오늘날 알려져 있지 않았다는 것이 팩트라서 내심 아쉬웠어요.

(본인이 수채화로 표현한 신사임당)
아무튼, 이 소설은 아들 율곡 이이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어머니의 모습 그리고 조선 초기의 화가 안견의 작품을 보고 그림을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노력하는 화가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물론 요즘 들어 조선시대에 대한 안 좋은 시선이 급격히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당시의 사대부들의 당연하게 여겼던 몇몇 행동들(노비를 재산처럼 여기는 태도, 호부호형 문제, 남녀의 자유연애를 절대 불허하고 여성은 10세가 되면 절대 집 밖으로 못 나가게 하는 등 자잘함...)은 시대적 한계로 여겨야겠습니다. (후에 현모양처 이미지가 덧붙여진 것은 후기 성리학자들의 정치적인 힘을 확보하기 위해 사임당과 그 가문을 띄우는 과정에서 화가, 교육자로서 능력을 희석시켰다는 말이 있죠)
또한 연산군의 폭정, 조광조의 개혁이 실패하는 역사 속 에피소드들도 배경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전지적 작가 시점과 사임당의 막내아들 ‘이우’의 시점. 2개의 이야기 방식으로 진행됐어요. 아무튼 거인들의 몰락에 비해 읽기 어려웠지만 조선 중기의 정치적 상황과 오죽헌의 신씨 가문에 대한 지식을 알기엔 충분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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