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13 01:54

[영화감상] 다잉 오브 라이트를 '감상'하고... 비밀의 정원 (소감문)

[독후감 및 고뇌] 이슬람주의와 이슬람교 (제1편)


(※주의 : 결말 누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이 영화는 작년 12월, TV에서 아버지랑 같이 본 영화다. 아버지의 부탁으로 같이 봤는데.
영화 자체는 별다른 점수를 받지 못한 첩보영화였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힘 없는 현실적인 모습도 볼 수 있었지만.

젊은 시절 이슬람주의 성향의 테러리스트 '바니어'에게 포로로 잡혀 끔찍한 고문을 받아 PTSD에 시달렸던 은퇴한 CIA 요원 '에반 레이크'가자신을 고문한 테러리스트가 아프리카 케냐에 약으로 연명한다는 정보를 알아채자 그를 제거하자는 계획을 내지만 거절당하자 자신을 존경하던 부하 '밀트'와 함께 단독으로 몰래 작전을 짜 루마니아를 거쳐 케냐로 잠입해 그를 제거하는 이야기다.
물론 수 많은 첩보영화와 달리 매우 현실적이고 조용하게 진행되는 (나쁘게 보면 시각적으로 엉성한? 덕분에 현실적으로 보이는) 연출이라고 볼 순 있겠다.


결말로 말하자면 주인공 레이크는 처음 바니어와 재회했을 땐 PTSD가 도지고 자신의 존재 이유가 부정당하는 등의 절망으로 인해 제대로 복수하지 못하고 도망쳤고 이 후 바니어가 보낸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난동이 벌어지고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밀트의 도움으로 다시 살아나게 되자 결국 바니어에게 돌아와 그를 죽이고 자신도 트럭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로 죽는 엔딩이다.


다만 내가 여기서 느꼈던 놀라움은 영화 자체의 구성보다는 후반부에 레이크와 재회한 악당 바니어가 내뱉는 말이었다.


"지금 이슬람의 유일한 희망은 마르크스야. 알아? 신봉자들은 많지 않아..."


이슬람의 희망 마르크스? 나는 솔깃했다. 정독을 했던 바삼 티비 교수의 '이슬람주의와 이슬람교'라는 책에서 현대 이슬람주의를 퍼트린 만악의 근원 중 하나를 '사이드 쿠틉(쿠트브)'로 보았는데 쿠틉의 별명이 '이슬람주의의 마르크스'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 대사는 과거 젊은 시절의 레이크를 다시 PTSD로 몰아붙이기 위해 주문을 외우는 걸 수도 있다.

그러나 보통 현대 이슬람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에 대해선 이스라엘이나 미국 정치인들 그리고 제국주의나 신자유주의부터 나오는 것이 대부분이었기에 나에게 이 대사 하나가 뭔가 솔직하고 의미심장했다. 무엇보다 늙고 병들어 죽어가는 테러리스트 지도자의 말에서 나온 점에서 이 마르크스는 진짜 공산당 선언을 말한 마르크스보단 사이드 쿠틉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 부분과 초반에 연설하는 레이크의 대사(이는 마지막에 다시 반복된다)도 뭔가 의미심장했다.

과거 냉전시절에는 소련과 경쟁하면서 나름 미국의 이익을 위해 대단한 활약을 했던 CIA가.. 냉전 이후로는 항상 욕을 먹고 질이 떨어진 잉여집단이 되었음을 한탄하고 새로운 첩보원들에게 각오하라는 말이었다.



"여러분은 도대체 여기서 뭐하는 겁니까?

그런 말 못들었습니까?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CIA는 몰락했습니다.
누구도 그걸 다시 되돌릴 수 없습니다. 망했어요!
믿을 수 없고 신뢰할 수 없어요! 백악관에 맞서지도 못합니다!

중상 모략가들이에요.
포르노나 보고 전화나 도청하죠! 정말로 최고의 요원이거나
똑똑할지도 모르지만 결국 그만두거나 은퇴하고 맙니다.

여러분들은 도대체 여기서 뭐하는 겁니까?

'가치관'...
CIA가 잘한 것도 있고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도 있습니다.
우린 쓰러졌지만 다시 일어나야 합니다. 다른 길은 없습니다.
조국이 우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죠.
우리가 뭘 갖고 있습니까?

'가치관'입니다."


현 미국 첩보원들의 상황을 대변하는 말이 아닐까?
또 교통사고로 사망한 '안톤 옐친(밀트)'이 죽기 2년 전에 찍은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네이버 이웃커넥트

이글루스 검색기


저작물 위젯 달기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Eyzen저작물
본 CCL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