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내용은 내 생일 직전에 일어났던 특이한 꿈이다.
현실과 가상의 존재들이 융합된 세계였다. 그 흐름이 매우 자연스러웠다.
아무리 둘러봐도 하늘이 초록색 벽으로 이루어진 지하세계같은 공간이었다. 단지 주변의 조형물과 벽들이 환하게 밝기에 바깥 세상에 있는 기분이었으려나. 내 주변엔 평범한 사람들도 걷고 있었지만 인간의 정강이 수준밖에 안되는 키를 지닌 버섯처럼 생긴 주민들도 걷고 있었고 공중에는 해파리와 물고기처럼 생긴 생명체들도 날아다니고 있었다.
아주 멀리선 최근에 즐겼던 '언더테일'의 지하괴물들 같은 인물들이 어렴풋이 보였고 그 옆에는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 '록맨 X' 시리즈에 등장하는 조무래기 기계들도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냥 평소에 알고지내던 사이처럼 대화를 하고 식사를 하고 길거리를 걸어다니는 평범한 주민이나 다를바 없었다.
이 특이한 도시는 중세시대 성벽같은 장벽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하늘은 어두운 초록빛이었으나 정문으로 향할 수록 하얀 빛으로 변해갔다. 아무튼 앞쪽으로 이동했더니 바깥을 향해 걸어갈 수 있는 길이 보였다. 헌데 정문이 없었다.
이 말은 즉, 바깥으로 가려면 장벽을 물리적인 힘으로 넘어가지 않으면 이 도시를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검은색 머리칼을 지닌 어린 여자아이가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머리띠를 한 히메컷으로 보아 마치 마도카 시리즈에 등장하는 호무라같은 생김새였다. 여기선 일단 '호무라'로 통칭하겠다.
그 호무라라는 아이는 가볍게 점프로 장벽을 넘어가 바깥으로 사라졌다. 나는 정문을 지키던 제복을 입은 인간형상의 뭔가에게 부탁을 했더니 일회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프링신발을 전달해줬다. 이걸 쓰면 다시는 이 도시로 못 돌아온다고.
그래도 난 과감히 바깥으로 향했다. 호무라는 스파이같았기 때문이었다. 반드시 잡아서 경찰에 넘겨야한다는 생각만이 이상하게 뇌리에 스쳤다. 바깥으로 달려가자 순식간에 이른 겨울 새벽과 같은 날씨를 지닌 회색빛 도시로 배경이 바뀌었다.
나의 복장과 지니고 있던 물건들도 달라졌는데 나는 하얀색 와이셔츠와 검은색 바지에 털코트를 입은 복장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그리고 주머니엔 권총도 있었고.
나는 호무라같이 생긴 아이를 미행했다. 어딘가에 홀린듯 그녀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이동하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가득했던 지하 도시는 활기찼지만 정작 현실 세계엔 사람 수도 적었고 조용하고 삭막한 세상이었단 점이다. 모든 것이 창백했다. 나는 호무라를 뒤따라 마트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도 사람이 얼마 없었는데 이 때부터 나한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나한테 휴대폰이 주머니에 생겨있었으며 휴대폰으로부터 알 수 없는 카톡 메시지가 전해졌다. 말투가 뭔가 심상치 않았는데 난 화면을 제대로 볼 수 없어 무시했고 호무라를 계속 추격했다. 이상하게 멀리서 검은 그림자들이 다가오는 기분이 들었는데...
그 그림자들은 호무라가 아니라 나를 미행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총과 덩치를 믿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녀를 잡을 뻔하다가도 미로같은 마트 구조 때문에 번번히 놓쳤다. 그럴 수록 주변의 벽들과 물건들에 눈이 달려서 나를 쳐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왜 이렇지?
마트를 빠져나오니 좁은 골목이 보였다. 멀리서 호무라는 계속 걷고 있다가 그녀의 집으로 보이는 고풍스러운 2층 저택으로 들어가려다 건너편에 있는 작은 집앞에 멈춰서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집 앞에 멈춰서고 기둥에 숨어서 건너편 집 앞에 있던 호무라를 지켜봤다. 그 순간 다량의 카톡 메시지가 또 왔다.
그런데 그 메시지를 본 순간 나는 놀랐다. 내가 예전에 다녔던 직장의 상사분(그게 누군지는 모르겠다)의 미소처럼 생긴 검은 그림자가 아이콘으로 되어 있었고 그 메시지엔 "XX씨. 저는 다 알고 있어요. 눈 앞에 그 이를 찾으시는 거죠? 하지만 다른걸 먼저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후후후"라는 말이었다. 뒤를 이어서 "좀만 있으면 만날 수 있겠네요. 자! 거의 다 왔어요. 뒤를 보세요!"라는 대사도 이어졌고.
두 손에 땀이 가득 담긴 나는 총을 들고 뒤를 돌아봤다. 자동차같은건 하나도 없었으나 뭔가... 집들 위로.. 아까 전에는 없던 인간 형상의 그림자들이 솟아오르는 거였다. 나는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호무라를 잡는 것은 포기하고 살고 싶어 속보로 걸어갔다. 뛸 수가 없었다. 호무라 역시 누군가에게 쫒기듯 결국 건너편 집으로 들어갔고 그 안의 집주인도 문제없이 그녀를 받아줬다. 그걸로 호무라라고 불린 여자는 그대로 꿈 속에서 퇴장.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앞을 향해 걸어갔다. 딱 2채의 집을 빼면 언덕위에 커다란 아파트 한 채만 보이는 넓은 개활지였다. 그 외에 건물은 없었다. 달리진 않아도 빠른 속도로 그 아파트 단지로 갈 수 있었다.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아파트 앞문으로 들어가 안으로 들어갔다. 비밀번호 자동문도 아니었다 그냥 유리문, 철문을 열고 냅다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 이것도 특이해서 엘리베이터 안에 손잡이가 있었고 그걸 돌려야 올라가는 형식이었다. 나는 미친듯이 손잡이를 돌렸고 생각 외로 엘리베이터는 빠르게 움직였다. 몇층인지는 모른다. 확실한 건 위로 올라왔다는 것이다. 본능적으로 복도 앞으로 나아가다 어느 한 방을 지목하곤 그 문으로 들어갔다. 번호도 X01호였다.
들어가니 놀랍게도 꿈이 아닌 현실의 거주하는 우리집과 똑같은 구조의 방이었다. 단지 벽과 바닥이 창백한 문양이 타일로 도배된 스타일이었던 것. 그리고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나를 억누르던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어느 정도 누그러졌다. 내 복장도 다시 바뀌어져 있었는데 난 굉장히 마른 칙칙한 옷을 입은 사내가 되어 있었다. 집 안에는 작은 누나만 있었는데 거실에서 서있으며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TV로 추정되었는데 정작 빛으로 휩싸여있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내 방으로 들어갔고 그 안엔 침대가 있었다. 침대 위 이불로 쏙 숨고는 몸을 웅크리면서 잠들었다.
그러고나니 잠에서 깰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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