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11 02:49

[애니감상] 달빛궁궐을 관람하고... 비밀의 정원 (소감문)

(※주의 : 결말 누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출처 : 전시용 패널을 직접 찍음)



8월에 개봉한 한국애니 '카이'를 관람하려다 너무 빨리 내리는 바람에 낭패를 겪고 9월 초에 개봉한 달빛궁궐을 대신 관람하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하여간 우리나란 항상 디즈니, 픽사 애니 빼곤 항상 빨리 내린다니깐..ㅠㅠ)

한국적 소재를 사용하고, 귀여운 소녀가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이라 해서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개봉 전에는 연예인 더빙때문에 싫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따라했다는 이유로 야유를 받는 상황이 컸습니다. 저는 진짜 이상한지 확인해보기 위해 끝까지 유의깊게 지켜봤습니다...

사실 저는 센과 치히로를 극장에서 무려 2번이나 보았고 TV로도 3번이나 보았던 광팬이었으나 달빛궁궐이 딱히 표절이라고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마치 게임 언더테일이 동굴이야기와 동방프로젝트의 영향을 받았으나 그 만의 독창성이 있듯이 저는 달빛궁궐에도 독창성은 있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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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작화는 굉장히 예뻤습니다. 제 개인적인 취향으론 이상하진 않고 오히려 한국미술과 문양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어서 입맛이 돋았습니다. 자격루가 망가지면서 시작된다는 소재도 괜찮았고요.

물론 이번엔 저도 몇마디는 해야겠습니다. 아쉬운 점이요.


1. 목소리 문제에 대해선 전 중립으로 생각하렵니다. 다만 확실히 주인공 빼곤 힘이 빠진 목소리들이 보이는 점이 아쉬웠어요. 이건 부차적으로 생각하겠습니다.


2. 너무 급작스러운 전개로 인해 정신이 없었다 : 뭔가 이유는 알겠고.. 어떻게 이야기가 흘러가는 지는 대강 알겠는데 확실하게 감정적으로 다가오진 못했습니다. 저는 이를 매끄럽지 않게 이어지는 연출때문에 그렇다고 느꼈습니다.

예를 들자면 신령 세계에 있던 자격루에 있던 12간지 중 하나인 쥐(다람이)에게 처음부터 소외감으로 인한 고통과 그를 유혹시켜서 자격루를 정지시키니는 상황으로 다가왔었으면 좀 더 매끄럽게 인식되었을텐데 제가 느낀 바로는 '자격루가 갑자기 박살나서 정지 - 다람이(쥐)는 도망침 - 주인공 현주리는 창덕궁 연극에서 놀림받고 뒷마당에서 투덜대다 갑자기 신령 세계로 빠짐...'과 같은 모습을 보여줬어요.

그리고 중반에 주리가 매화부인의 부하들에게 잡혀들어갈 위기에 처한 후 다람이가 "걔는 굉장히 좋은 애에요"라고 말할 때... 딱히 주리가 다람이에게 잘 해준 일이 나오지 않았거든요;; 저에겐 뜬금없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이런 아쉬운 부분들이 모여서 결국 거시기한 기분도 들어줬습니다.


3. 최종보스가 매화부인이었다가 너무 빨리 그 포지션이 향나무로 향했다 : 이건.. 분명 매화부인이 악당으로 정체가 탄로나는 연출에서 얼마 안 지나서 봉인된 나무거인 향나무로 바뀌면서 둘이서 힘을 합쳐 백악산신과 목멱대왕과 제대로 싸우는 것인 줄 알고 기대는 했는데... 향나무는 갑자기 방향을 바꿔 매화부인부터 박살내기 시작합니다;; 뭔가 어떠한 이유로 인해 둘이 갈등이 일어나고 그것이 더 심해져 내분으로 박살나는 상황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또한 분명 신령세계는 물론이고 인간세계까지 다 박살내려던 향나무가 갑자기 안돼애애애! 하며 사라진게... 사건 해결을 위한 다람이와 주리의 노력 이전에 일어난 것이라서 이야기가 빨리 식은 감도 있었습니다.

전 백악산신과 목멱대왕이 필살기 좀 써서 향나무에게 큰 타격도 입히고... 마지막에 주리와 다람이가 힘을 합쳐서 막타를 치는 결말로 생각했거든요;; 이러면 너무 미국-일본 용사물로 생각한 것인가?


4. 너무 급하게 헤어진 것 같은 주리와 다람이 : 빠른 전개 때문에 다람이가 다시 12지신으로 각성해서 주리가 헤어지는 장면이 아름답긴 한데 감정적으로는 와닿지 않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제대로 즐겁게 서로 놀았던 기억이 안 나고... 서로 헤어져서 가슴이 시린 모습이 없었기에... 헤어지는 것 자체에 큰 슬픔이 일지 않았어요;; (이건 제가 감성이 메말라서 착가한 걸 수도 있습니다;;;) 이 후 인간세계로 돌아오는 연출도 아니 그런게 잘 안 보여서 주리가 정말 신기한 세계를 여행하고 돌아왔다는 느낌도 미약하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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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인물과 작화는 좋았지만 전체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래도 저는 재밌게는 봤습니다. 단지 아쉬운 부분이 애니 전체를 망치진 않을까하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당장 아는 지인들도 달빛궁궐은 관심이 없거나.. 연예인 더빙이라며 철저하게 무시, 비난만 하기 일쑤더라고요...
그리고 이글루스 친구분들은 죄다 걸즈 앤 판처 얘기만 하고...ㅠㅠ 저 말고 달빛궁궐 얘기하는 분들이 전혀 없어서 저대로 또 괴롭기만 했습니다.



덧글

  • 한컷의낭만 2016/09/11 15:42 # 답글

    너무 전개가 중구난방이었어요.. 정리가 되어야하는데, 어수선한 상태로 쭈우욱 가면서 엔딩도 어수선하게...

    제일 황당했던게 규수입니다. 자격루를 만든 사람이고, 그 세계의 시간축을 만든 사람인데. 왜 다람이가 탈주해서 자격루가 그모양으로 고장나고, 시간이 뒤틀리고 그러는지에 대해서 하나도 설명을 해주지 않아요. 규수를 만나러 가는 과정에서 쓸데없는 모험만 가득 집어넣구요. 과연 그 모험장면이 필요했을까 싶기도 합니다.

    모종의 일이 있어서 그렇게 틀어박혔다는데, 그 모종의 일이 뭔지도 안나오니 더욱 쓸데없는 모험이 되어버렸구요.
  • K I T V S 2016/09/11 16:45 #

    넵. 분명 사건이 일어났는데 '왜?' 를 설명해주지 않은 점이 가장 아쉬운 점이었어요...ㅠㅠ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이어서 잘됐으면 하는 작품인데.. 제가 아무리 사랑해주고 싶어도 아쉬운 부분이 너무 큰 게 쩝... 눈물이...ㅠㅠ

    이게 만약 제작비 때문이라면 정말 그만큼 우리나라가 여전히 힘들다는 걸 입증해줄지도 모르겠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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