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분이 트렌드 및 컨설팅 회사의 대표셔서 '시장경제(혹은 자본주의)'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입문할 수 있는 책이라고 굉장히 기대를 하고 읽었습니다만, 굉장히 아쉽고 실망스러운 부분도 많았습니다. 인문학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선입견이나 보편적인 시각으로 풀이한 책 같아서 이 책도 결국 똑같은 소리를 하는 건가... 느꼈습니다.
정치적인 시각과는 별개로, '무엇무엇 때문에 이렇다'라는 성향이 극명하게 나뉘는 느낌이 드는게 세계경제를 보는 시각인데요.
저는 이 책을 회사에 있던 '세계 경제를 바꾼 사건들 50'이라는 책과 비교하며 읽었습니다.
일단, 두 책 모두 이 세계에 문제가 많다고 하는데 '자본주의50'에선 시장경제 자체가 문제가 많다고 했고, '세계경제50'에선 잘못된+지나친 정부 개입과 정치적인 통일성의 혼란 등으로 부패가 일어난다고 했어요. 전자에선 필연적으로 세계가 갈 수록 양극화되어 고통으로 치닫는 다는 시각이고 후자는 시장경제를 도입한 나라들이 점점 발전하는 양상이며 오히려 역사 속의 불평등을 한쪽의 시각으로만 바라본 것이라고 비판합니다. (심지어 전자는 아예 현대에는 다국적 기업들이 선진국과 후진국 모두를 괴롭히는 그들만의 기괴한 정책으로 커지고 있다고도 했어요!)
파편적이지만 한 부분을 지목하자면 '러다이트 운동'에 대한 시각의 차이가 있습니다.
서평을 하는 대상인 자본주의 50에선 '단순히 일자리 뺏기기를 넘어 일자리의 환경에 대한 불만으로 폭발한 것이다. 지배층들은 이것을 좌시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새로운 과학으로 인한 일자리가 생겨났기에 불행한 일만은 아니다. 라는 의견은 후반부에 짤막하게만 쓰여있기에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습니다.
반면 세계경제 50에선 일자리를 빼앗긴다며 기술혁신에 반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라고 처음부터 시각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러다이트 행동으로 인해 노동시장이나 직업의 발전이 정체된다고 쓰여있죠.
이 뿐만이 아닙니다.
'전쟁'에 대한 시각도 전혀 다릅니다.
불행이도 자본주의 50에선 '전쟁은 위험한 짓이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죽은 사람들의 뒷자리를 대신하기 위해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수 밖에 없고 결국엔 다시 경제가 활성화 될 수 있다. 특히 자국이 전쟁의 화염에 휩싸이지 않고 옆국가에서 전쟁이 벌어질 경우 확실히 이득을 본다'라고 서술되어 있습니다.
세계경제 50에선 정 반대입니다. '전쟁은 모든 자원을 소모시키기만 하고 생산은 일어나지 않게한다. 2차대전이 대공황을 끝냈다는 착각도 통계의 수치를 착각한 것에 비롯된 거다'라는 설명이 쓰여있었죠.
자본주의 50에선 '특히 한반도도 주의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반대할지 몰라도 일본과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주변 강국들은 한국이 초토화되는 대신 자국경제가 활성화되면 주저없이 전쟁을 일으킬 것이다.'라고 대놓고 쓰여있을 정도인데..
세계경제 50의 '만약 영원한 번영을 지속하고 싶으면 끊임없이 전쟁을 인위적으로 일으키고 어느 한 나라를 절망적으로 부숴버리면 된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공놀이하다 유리창을 깨면 그걸로 경제가 활성화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어리석은 말이다'라는 서술과 너무나도 맞물리는 것 같았거든요. 개인적으로 좀 아쉬웠습니다. (게다가 이 책에선 국가와 국가는 결코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협력해야 한다. 한국이 일본이 망하는 걸 결코 좋아해선 안된다라고 했죠...)
한 마디로, 흔히 대부분의 주변분들이 말씀하시는 '우리나라는 덫에 걸렸어 남북한이 싸우면 안돼, 일본이 그걸 노리고 있거든. 우리는 다 죽고 일본은 다시 살거야!'라는 말이 자본주의 50에서 나오는 것과 똑같은 것 같습니다.
또 굉장히 역사를 많이 공부하면 마르크스에 대한 증오감이 커질 수 밖에 없는데.. 필연적으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역사에서 뺄 수 없는 존재라고 하거나.. '우파들은 자본주의라 부르지 않고 자유시장경제라고 부른다. 찔리나 보군!'이라는 대목도 있을 정도입니다.
다만, 재미있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농업, 교통, 정보 혁명에 이어 '시간 혁명'을 언급하는 부분에선 시간의 효율성 덕택에 세계 경제가 발전할 수 있었다는 부분은 새롭게 안 사실입니다. 에스파냐나 이탈리아같은 남유럽 국가들이 글로벌 스탠다드 정책을 위해 시에스타 시스템을 없앨려고 한다는 정보도요.
적어도 음모론을 설파하는 책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흥미를 유발하고 맛보기 용의 입문서적으론 괜찮습니다.
사실 제가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은 어느 것이 맞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적어도 현재 국내 여론이나 분위기로는요.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면 반대쪽의 비판도 커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경제도 정치와 연결되어 있어 그런 분위기 같습니다.
이상입니다.
덧글
그런데 표지부터 '피케티'가 들어가는 걸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