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13 23:12

[영화감상] 엑소더스 - 신들과 왕들을 관람하고... 비밀의 정원 (소감문)

(※주의 : 결말 누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사진만 보면 독립전쟁으로 히브리 민족을 해방시킨 모세의 이야기로 오해할 것 같음;;)




저녁엔 오랜만에 영화관에 갔고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엑소더스를 보았습니다. 노아, 선 오브 갓에 이어 올 해를 마무리하는 세번째 성경관련 영화라 할 수 있겠네요. 글래디에이터와 킹덤 오브 헤븐, 로빈후드로 유명한 감독님이 뻔하디 뻔한 '탈출기'의 이야기를 어떻게 구성한지 궁금했었습니다.


짤막하게 요점만 말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허구적 이야기를 현실성있게 표현한 대하드라마.



<성경과 다르게 연출되는 모세라는 인물의 일생>

영화 내내 모세는 민간신앙이던 국가적 종교이던 그러한 '신앙이나 소문'을 믿지 않고 자신의 뜻대로 살아가는 냉철한 현실주의자로 나왔습니다. 흔히 히브리인들의 사정을 알게되니 마음을 고쳐먹은 뻔한 전개와 달리 오히려 히브리 노예 장로들의 말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나오다가 오히려 그러한 소문을 들은 정적들에 의해 유배당하는 전개로 흐릅니다.

그 후로 미디안족의 아내 치포라를 만나 자식도 얻고 양치기로 살다가 '머리를 다쳐 헛것(혹은 하느님)을 보는' 상황이 닥쳐 사람이 바뀌게 되고 하느님의 재앙이 나타나기 전까진 테러리스트로 활동하면서 독립을 쟁취하려는 모습까지 보입니다.

하지만 아예 이야기 자체를 뜯어고치지는 않았다는 절충점은 있었습니다.



<미묘하게 비튼 이야기 구성>

형인 람세스와 함께 히타이트 제국의 병사들과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역사와 성경의 이야기가 섞여있는 듯한 연출을 보여주고 주요 악역 중 하나인 총독이 이집트에서 일어난 재앙들을 '나름 과학적으로 설명해서 이건 신들의 징벌이 아닌 재해일 뿐'이라고 람세스와 왕실을 애써 설득시키려는 점. 무엇보다 홍해(혹은 갈대의 바다)가 순식간에 갈라져 땅이 생기는 것이 아닌, 며칠에 걸쳐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다시 물이 차기 전에 겨우겨우 히브리 백성들이 죽다살며 도망친다는 점.. 뭔가 현실적인 이미지로 재구성 한것들이 보였죠. (그리고 람세스와 함께 바다에 휩쓸린 모세는 덤이고...)



<영원히 고통받는 람세스>

사실 모델이 된 파라오 람세스 2세는 고대 이집트 역사상 최고의 군주로 평가받던 존재이고 그를 다룬 소설도 인기였다는 것을 다 압니다. 게다가 '탈출기-출애굽기'는 말그대로 허구적 이야기로 역사적 모티브가 된 사건은 있어도 그 자체가 일어나진 않았다고 여기는게 모든 역사학자와 과학자들의 공통점인데..

그건 둘째치고 현군이던 람세스는 항상 성경관련 다큐멘터리와 드라마, 영화에선 허구한날 찌질이 열폭 군주로 나온다는 점에서 투탕카멘과 이모텝을 쌈싸먹는 이집트인에 대한 최고의 고인드립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서도 카데쉬 전투에서 아우 모세의 도움을 받아 겨우 살아남으며 + 우유부단하고 조심성이 있지만 모세에 대한 가족으로서의 애정은 조금 남아있어도 히브리인이라는 이유로 쫒아내려는 찌질함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 나중엔 식량이 부족해지자 백성들에게 곳간을 열어주긴 커녕 그 백성들을 학살하는 사이코패스 군주의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나중엔 처절하게 군대까지 다 박살나곤 말로써 자학하는 경지까지 보여주죠.

이미 십계, 이집트 왕자, 더 바이블 드라마까지 봤던 저로썬 여기에서도 성경의 탈출기를 모델로 잡는 이상 항상 등신같이 나오는 람세스라는 위대한(?) 파라오의 모습이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앞으로도 영원히 성경관련 매체에선 항상 모세에게 열폭하고 당할 수 밖에 없는 그를 저는 진정한 영고라인으로 봅니다!

뭐 이걸 판타지 영화로 여기고 본다면 문제없다지만 말입니다.



<'노아'와의 공톰점?>

3월에 관람했던 러셀 크로우 주연의 <노아>와 비교했을 때도 재구성한 면이 많은 영화라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비중있는 인물이 달라짐 = 노아에선 구인류를 상징하는 '투발카인'과 그에게 세뇌당할 뻔한 불쌍한 '함'. 여기선 자애로운 아바마마였던 '세티'와 반대로 모세를 죽여버리고 싶어 안달인 '투야'왕비라던지.. (람세스 소설을 생각하고 보면 충격 먹으실지도;;)

등장인물의 묘사, 관점이 다르다 = 노아에선 구인류가 떵떵거릴 수 있었던 이유로 거인족을 부렸다는 연출이 나오는데 이 거인들이 실은 땅에 떨어진 천사들이었다는 설정이란 점, 엑소더스에선 하느님이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나오지만 여호수아를 비롯한 히브리 민족들의 눈에도 안보이는 모세만이 볼 수 있는 특이한 존재로 나오는 점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두 영화를 비교하면서 관람하면 재미가 두 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덧글

  • 괴인 怪人 2014/12/14 00:07 # 답글

    람세스 2세 의 고통을 달래기 위해서는 포스팅에서 언급하신 크리스티앙 자크의 소설 <람세스> 드라마 / 영화화가 시급합니다! ㅠㅜ
  • K I T V S 2014/12/14 00:13 #

    근데 정말 힘들거같음...ㅠㅠ
  • Megane 2014/12/14 01:21 # 답글

    모세 이후로 영원히 곶통받는 파라오... 람쒜쓰~ 지못미...ㅠㅜ
  • K I T V S 2014/12/14 01:30 #

    진짜 저승에서 모세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는거 아닌지 원;;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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