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07 00:36

[패러디] 큐베 패던 호무 이세계의 고문서 (장문)

어린 호무
마녀섬 ~Magica Island~
마기카 Z


이 전승은 일종의 야사(野史)이옵니다. 서역의 샤루흐 연방 출신으로 알려진 린고(麟膏) 선생이 남긴 글로 추정되며, 선생께서 일상의 체험을 대화와 묘사를 사용하여 회고적 기법으로 표현한 서사적 수필이옵니다. '나'는 린고 선생으로, 규배를 제대로 패야 한다는 복자 효미호무라 동정녀의 고집 때문에 비행선(飛行船)을 놓쳐 기분이 나빴지만, 얻어 맞던 규배라는 생물이 뱉은 보석이 아주 아름답다는 아내의 칭찬을 들은 후, 효미호무라의 장인 정신을 깨닫고 자신을 반성하는 이야기옵니다. 하는 일에 정성과 최선을 다하는 효미호무라 동정녀의 자세와 조급하고 이기적인 린고 선생 자신을 대비시키면서 성실한 삶의 태도와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마법소녀들의 활약이 담긴 전승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감동적인 수필이옵니다.

마독하 여신을 흠숭하는 성도들의 진실된 믿음의 증거로서 제시된 거룩한 자료로 사용되는 문서이옵니다.



<규배패던 효미 혹은 큐베패던 호무에 나타난 주제 의식>

이 작품은 이야기 구조나 표현의 묘미보다는 신앙적 교훈의 의미가 더 주목되는 작품이옵니다. 모든 일을 서둘러 처리하려는 현대인 비신자들과 달리, 비록 답답하지만 스스로 마음의 안정을 취할 때 까지 성실하게 자신의 일을 처리하는 마독교 복자 효미호무라의 모습을 통해, 지은이 린고 선생은 저희 마독교의 전통적인 자애정신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저자 : 린고(麟膏)>

19세기의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샤루흐연방에서 대한제국으로 건너 온 사람으로 추정. 개인적으로 비판적인 자세로 이굴루수(理契累水)라는 도시의 만영곡(漫映谷) 고을의 수필가로 활약했다. 주로 조용하고 침착한 서체를 사용하여 마법소녀로서 이루어지는 희망이라는 가치를, 마법의 세계와 조응되는 절망을 벗어나는 정신으로 많은 작품을 섰다. 그러나 린고 선생이 마독교 역사의 중요 인물로 불리는 것은 정확하지 않았다. 그는 내심 마독교를 주제로 한 저작들을 내놨으나 간혹 한 분이신 녹목마독하(鹿目魔獨河)에 대한 아쉬운 수필을 남기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옛 대진국(大秦國) 출신의 불사신 학자 기두수(基斗水)와의 대담 기록문을 보면 불신자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그의 저작으로 대한제국의 후신인 대한연방의 현대를 살아오는 불가지론자들의 시각을 완화시킬 수 있었다.

이 큐베패던 호무라는 작품을 작성했던 시기는 1910년대로 추정된다. 그가 보았던 효미호무라는 나이가 들어도 소녀의 모습을 했다고 전한다.




===  규배(揆配)패던 효미(曉美)  ===

벌써 사십여 년 전이다. 1870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서역의 연방 출신이라 대한제국식 연호를 잘 까먹는다. 내가 세간난 지 얼마 안 돼서 일본국(日本國) 서부의 구주(九州)지방으로 여행을 갔을 때다. 제국수도 한양에서 아내와 함께 일본국의 문물을 배우러 복강(福岡)시에서 비행선을 내려야 했다.

일본국에서 백성들을 위해 보급한 국수요리인 라멘(ラーメン)을 파는 거리 앞에 돗자리를 펴고 하얀 짐승을 죽도록 패는 여아가 있었다. 어려보이는 외모로 보아하니 10대로 보였으나 손에 들고있는 것은 꽃봉오리가 핀 아름다운 활이 아니던가? 여아의 이름은 효미호무라였다. 그런데 아이가 아니었다. 그이는 1830년대부터 생존해왔던 동안의 여인이었던 것이다. 그 아이 아니 그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람을 습격하는 마수(魔獸)라는 존재로부터 도시를 지키고 있었으며 잠시 이 세상의 것으로 보이지 않는 고양이 모양의 생명체를 패고 때리고 있었다. 그 고양이 모양의 생명체는 알고보니 규배라 하고 머나먼 외우주에서 왔다 하더라. 맞을 때마다 규배라는 생명체는 보석을 내밷던데 나는 아내에게 보석 하나를 선물하려고 규배를 패던 효미호무라라는 여인에게 부탁을 했다.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싸게 해 줄 수 없느냐고 했더니,

"규배가 밷던 보석가지고 값을 깎으려요? 비싸거든 다른 보석방 가 사우."

대단히 무뚝뚝한 여인이었다. 더 깎지도 못하고 패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녀는 잠자코 열심히 패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패던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저리 돌려 보고 저리 돌려 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이내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패고 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남은 보석이라도 달라고 해도 못 들은 체한다. 비행선 출발 시간이 바쁘니 빨리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체 대꾸가 없다. 점점 비행선 도착시간이 빠듯해 왔다. 지겹도록 규배를 패는 모습이 갑갑하고 지루하고, 인제는 초조할 지경이다.


더 패서 보석을 못얻어도 좋으니 그만 달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라멘이 되지. 마법소녀가 재촉한다고 마수가 되나?"

하면서 오히려 야단이다. 나도 기가 막혀서,

"살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팬단 말이오? 아가씨, 외고집이시구려. 비행선 시간이 없다니까..."

동안의 여인은

"다른데 사 가우. 난 보석을 안 팔겠소."

하는 퉁명스런 대답이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비행선 시간은 어차피 늦은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諦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그 생명체를 패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더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보석이란 제대로 뱉어내야지. 패다가 놓으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투다.


이번에는 패던 규배를 숫제 무릎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녹목마독하 여신이 그려진 그림책을 스스로 얼굴에 비벼대지 않는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 여인은 또 규배를 패기 시작한다. 저러다가는 활은 다 부러질 것만 같았다. 또, 얼마 후에 규배를 들고 이리저리 돌려 보더니, 다 됐다고 내준다. 사실, 보석 뱉기는 아까부터 다 되어있었다.


비행선을 놓치고 다음 비행선으로 가야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보석을 판매해 가지고 장사가 될 턱이 없다. 손님 본위(本位)가 아니고 자기 본위다. 불친절(不親切)하고 무뚝뚝한 여자였다.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효미호무라라는 여인은 태연히 허리를 펴고 복강시의 건물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 때, 어딘지 모르게 여전사(女戰士)다워 보이는, 그 바라보고 있는 옆 모습, 그리고 날카로운 눈매와 갸냘픈 몸매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여인에 대한 멸시와 증오심도 조금은 덜해진 셈이다. 다시 뒤돌아보고 한숨을 내쉬고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을 때 여인은 활을 들고 흐느적 거리는 거대한 회색 유령들을 향해 돌격하고 있었다. 그 이후로 나는 그 여인을 볼 수 없었다.


집에 와서 보석들을 내놨더니, 아내는 예쁘게 세공되었다고 야단이다. 집에 있는 것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의 것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아내의 설명을 들어 보면, 너무 무거우면 들고 이동할 때 불편하고, 같은 무게라도 빛이 바래서 보기 싫으며, 너무 작으면 잃어버리기가 쉽다는 것이고, 요렇게 꼭 알맞은 것은 좀처럼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여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전승에 따르면 마법소녀들은, 위기가 닥쳐도 서로서로가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고 악인을 멸해 모두에게 평안을 가져준다 했다. 그러나 요사이 마법소녀들은 절망이 머릿 속으로 한번 들어오면 겉잡을 수 없다. 그리하여 예전에는 죽기 직전, 어떤 여신의 이름을 말하며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기도를 올렸다고 전한다. 이것을 "마멘"이라고 한다.

보좌하는 동물만 해도 그렇다. 옛날에는 신비로운 동물이 마법소녀를 도와 위기가 닥치면 신체의 일부를 떼서라도 적의 움직임을 봉쇄하고, 이동을 늦추었으며, 마법소녀들을 위기에서 구해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효미호무라가 말한 규배는 다르다. 처음부터 여아들이 목숨을 바쳐야 했다. 목숨을 바치며 인간을 지키다 목숨을 잃으면 우주를 위한 기력으로 사라진다. 그것은 계약이란 것이다. 신용이다. 지금은 그런 말조차 없다. 남이 보지도 않는데 몇 번이나 속일 수도 있고, 또 말만 믿고 비뚤어질 마법소녀도 있다.

규배가 말하길, 흥정은 흥정이요 생계(生計)는 생계지만, 우주를 위한 기력을 만드는 그 순간만은 오직 훌륭한 기력을 축적시키겠다는 그것에만 열중했다. 그리고 스스로 보람을 느꼈다. 그렇게 순수하게 심혈(心血)을 기울여 우주를 지속시키는 힘을 만들어 냈다. 녹목마독하 여신이 허락한 어쩔 수 없는 대우주의 비밀로 인한 비장함으로 규배가 그런 상황에서 효미호무라에 의해 두들겨 맞은 것이다. 나는 그 여인에 대해서 죄를 지은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그 따위로 해서 무슨 장사를 해 먹는담." 하던 말은 "당신 같은 세상 사람들에게 멸시와 증오를 받는 세상에서 어떻게 아름다운 파수꾼으로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인감." 하는 말로 바뀌어졌다.

나는 그 효미호무라라는 여인을 찾아가 케이크에 홍차라도 대접하며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두 달이 지난 후, 다시 일요일에 복강시로 상경(上京)하는 길로 그 여인을 찾았다. 그러나 그 여인이 앉았던 자리에 효미호무라는 와 있지 아니했다. 나는 그 여인이 마수라는 유령들을 향해 돌격했던 장소에 멍하니 서 있었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내 마음은 사과드릴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여인이 사라진 골목을 바라다보았다. 푸른 창공으로 날아갈 듯한 골목 위 건물 옥상 위로 흰구름이 피어나고 있었다. 아, 그 때 그 여인이 저 구름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을 위해 마수를 향해 돌격하고 있었구나. 열심히 규배라는 생명체를 패다가 유연히 골목 위의 구름을 바라보던 여인의 거룩한 모습이 떠올랐다.

오늘, 안에 들어갔더니 며느리가 세공장비로 구라파(歐羅巴) 대륙에서 가져온 보석을 꾸미고 있었다. 전에 그 여인으로부터 사온 보석으로 불우이웃성금 함에 보석을 기부하던 생각이 났다. 신기한 보석을 구경한 지도 참 오래다. 요사이는 규배를 패는 소리도 들을 수가 없다. 애수(哀愁)를 자아내던 그 소리도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문득 사십여 년 전, 우주생명체를 두들겨 패는 여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멋대로 링고님을 넣어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래도 재밌게 봐주세요! 트랙백한 잠본이님께 부탁드립니다!


================ 주해 ================

녹목마독하鹿目魔獨河 : 카나메 마도카
만영곡漫映谷 : 만화영화곡漫畵映畵谷의 준말, 즉 애니메이션 밸리
규배揆配 : 큐베
효미호무라曉美護舞羅 : 아케미 호무라
린고(麟膏) : 링고님
구주(九州) : 규슈
복강(福岡) : 후쿠오카
대진국(大秦國) : 고대 로마제국
기두수(基斗水) : K.I.T.V.S
구라파(歐羅巴) : 유럽

*원작 : 방망이 깎던 노인


이글루스 가든 - 대한마독교 이글루스 지부

덧글

  • 聖冬者 2013/02/07 00:48 # 답글

    이사람.. 이글루수지를 초월하고 있어!
  • K I T V S 2013/02/07 00:49 #

    전 사람 아는 지식이 님보다 낮습니다...ㅠㅠ 고정하옵소서...
  • 聖冬者 2013/02/07 00:51 #

    아니 그정도 드립력이면 레알이죸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생각 못했는데.
  • 링고 2013/02/07 04:49 # 답글

    글 잘 읽었슴미다. 블로그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하던 차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그 보다 이 양반님이 도대체 무얼 쓴 거야;;)
  • K I T V S 2013/02/07 12:08 #

    저도 방망이 깎던 노인을 패러디해보고 싶었는데 결국 이게 튀어나왔습니다..
  • 대공 2013/02/07 11:06 # 답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K I T V S 2013/02/07 12:08 #

    어찌된지 큐베의 비명소리는 하나도 안 들립니다...ㅋㅋㅋ
  • 잠본이 2013/02/07 20:02 # 답글

    역시 무뚝뚝하지만 쓸데없이 성실한 호무호무 퀄리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족한 글 소개해주셔서 감사함다!
  • K I T V S 2013/02/07 20:22 #

    오히려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ㅋㅋ 오늘도 새 패러디를 써 주셨군요...ㅋㅋ
  • 셔먼 2013/02/07 23:40 # 답글

    왠지 더더욱 고퀄이 되고 있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K I T V S 2013/02/07 23:45 #

    에이.. 사실 성동자님의 것과 비교하면 재미가 없고 유치할 수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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