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03 17:52

창작자들이 이 땅에서 만들어야할 보편적인 주제는 무엇일까... 흘러가는 시냇물 (잡담)

어제였습니다. 어머니께서 제가 도서관에서 상(...)으로 타온 마당을 나온 암탉 동화책을 먼저 읽으시고 제게 돌려주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아래와 같았습니다.


"이것은 너무 어렵고 어두운 내용이라 아이들과 같이 보기엔 사실 어렵지 않나 싶다."


내심 별로 좋아하시는 모습이 없으셨습니다. 어머니께선 이미 '원작동화판'을 읽으셨고 이번에 드린 것은 애니메이션 판을 동화책 버전으로 엮은 것이었거든요. 제가 나름 극장판과 원작동화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라고 설명을 해드렸지만 역시 결말은 같다고 말씀하시더니 아쉬운 말씀을 하시덥니다.


"좀 더 밝고 명랑한 내용이었으면 안되었을까? 간단하면서도 아이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라고 말이죠.. 사실 어머니의 이 안타까운 아쉬움(?)은 저도 공감하는 바가 있습니다. 부모님이나 누님들은 제가 창작을 하게 되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밝고 아름다운 내용을 지닌 작품을 만들길 원하십니다. 제가 조금 폭력적이거나 거친 행동을 하면 "애들 동화 쓸 사람이 그런 소리를 하면 어떻하노!?"라고 꾸중을 하시기도 합니다.

때문에 이런 고민거리도 있죠. 저 자신이 여러가지 창작물을 만들었을 때, 그것이 가족들이 보기엔 별로 와닿지 않거나 '밝아보이지 않는다고 배척하게 되지는'않을까 말이죠^^;; 뭔 벌써부터 이런 걱정을 하는 것이냐? 하고 물으시는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그 동안 일본이나 미국 애니메이션이나 우리나라의 온라인 게임의 흥망성쇠를 간접적으로 지켜본 저로썬 어떠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줄 것이며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몇명이나 되고 그 계층의 차이는 어느정도 될 것이냐? 하는 의문을 가진 적이 많았습니다. 대학생 초년기까지만 해도 전 답이없는 중2병이 스며들어간 정신나간 일빠에 가까웠습니다. 괜시리 한국 작품은 무시하는 것이 당연하고 일본 작품은 어떻게든 찬양해야만 개화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고 한없이 일본을 동경했죠. 진심도 있었지만 인터넷 상이나 학창시절 동안 그런 행동을 하지 않으면 혹여 따라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으로 '남들이 하니까 나도 그래야겠다'라는 군중심리도 있었다고 해야 할 겁니다.

그러던 제가 다양한 잡지나 블로그, 서적을 읽으면서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고 믿어왔던 것 역시 허상이 대부분이며 약점도 많다는 것을 알고는 우리의 현실에 맞춰져서 이루어진 시장을 어떻게 더 좋게 꾸밀 수 없을까 하는 고민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7, 8년 전엔 "우린 앞으로 뽀로로만 만들어야 되는 구나!"나 "우린 앞으로 메이플 스토리같은 것들만 잔뜩 만들어야 되는 구나!"라고 한탄했습니다만 지금은 "어떻게 하면 뽀로로나 메이플을 여러 사람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고 그것을 더 많이 노출시킬 수는 없을까?"하고 말이죠.

갑자기 일본이나 우리나라 시장 얘기로까지 흘러져 왔는데.. 제가 하고싶은 말은 이렇습니다. 인터넷이나 혹은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선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요구가 사회 전체나 다른 세계로 가게 되면 그 내용이 판이하게 달라진 다는 것입니다.

이글루스를 보더라도 일본 애니메이션 관련 포스팅이 가득합니다. 유럽과 미국, 중남미나 국산 애니메이션에 관련된 포스팅은 찾기 힘들죠. 당장 저만 하더라도 여전히 버릇은 못버려서 聖冬子님과 함께 '마독교 신자'가 되어있고 블로그 배너 앞 가운데는 마미 양이 서있죠;; 또 어떤 창작물을 만들 것인지 망상을 하거나 그것에 대해 지인과 대화할 때면 꼭 진지하거나 매니아틱한 작품으로 가기 일쑤입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고 느끼려면 여전히 우리나라... 아니 앞으로도 전 세계적으로 볼때도 "단순하고 보기 좋은 '보편적인 소재'가 스며들어간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고 저 위의 어머니의 말씀이 꼭 어머니만의 주장이 아니라고 볼 수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 아직 보편적인 소재에 대해 최소한의 절충점을 위해 "할리우드 스타일의 진지하면서도 코믹한 가족용 영화"를 작품에 투영하려고는 하고 있습니다. 너무 매니아틱하게 어둡지 않으면서도 유아 애니메이션처럼 미취학 아동과 그 부모가 아니면 수집가나 치유물을 찾으려는 매니아가 아니면 다같이 보기엔 힘든(?) 작품이 아닌 것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지만 이런 걱정은 있습니다. 진짜 높으신 분들이나 "어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제가 생각한 절충점(?)의 이미지도 너무 어둡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말그대로 시장적인 이유든 사상적인 이유든 유아용 작품만이 선호된다면 이것 역시 조금은 걱정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다른 소리를 또 하자면 일본이 애니메이션과 콘솔 게임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면 우리나라는 온라인게임이나 드라마, 가수들로 이름을 날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중에 드라마를 보면 몇몇 사극이나 액션물을 빼면 대부분 가족이나 친척, 연인에게 일어나는 대화가 중심인 작품이 많다고 볼 수 있는데... 예산때문에 화려하거나 공상적인 작품이 안나오는 이유도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겐 현실적이고 조금 어두운 이미지도 들어간 '세상 살아가는' 느낌이 들어가는 것이 인기를 끄는 것 같다는 제 개인적 생각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의 시선이 제가 바라는 스타일과 맞물려질 지는 물론 제 노력에 달렸습니다만..


이렇게 의미없어 보이는(?) 글을 통해 혹시나 의견이 있으신 분들과 대화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가져보았습니다^^


덧글

  • ∀5 2013/02/03 17:58 # 답글

    군 시절 이후 아앙의 전설이라든가 복학하고 메가마인드에 대한 얘기를 들었을 때라든가.. 요즘 보는 어탐이라든가...
    서구권 작품은 단순하면서도 거기에 이야기라던가 테마를 잘 녹이는거 같슴다.
    게다가 무거운건 진짜 압도적인 스케일로 만들어 내고요....
  • K I T V S 2013/02/03 18:13 #

    또 그러한 것이 국내에 먹힐지 안 먹힐지는 두고봐야 하는 것이지만..

    밝은 것은 한없이 밝고 어두운 것은 한없이 어둡게도 만드는 것도 서구권의 특징입니다.
  • 셔먼 2013/02/03 19:01 # 답글

    아무리 아이들이라도 요즘엔 어린 나이에 세상의 이면을 접하기 쉽기 때문에 폭력적인 면은 조금 지양하고서라도 동화책으로나마 세상의 어두운 면을 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 K I T V S 2013/02/03 19:11 #

    맞는 말이지만.. 자칫하다간 순식간에 아이들 용 매체가 덕후용(?) 혹은 매니아용 매체가 되는 것은 지양해야겠죠;;
  • 희야낭자 2013/02/03 21:56 # 답글

    ㅎㅎ..저와 아버지가 가끔 술만 마셨다면 웃으며 흘러보내던 말들이네요
    한국 영화사에서 한번 괴랄한 분량의 ppt 작성을 맡은 적이 있었습니다만 위의 내용도 내포되어있었습니다.
    미국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다르게 남성히어로가 세상을 구하는 밝은 이야기보단 일제치하 혹은 공산주의의 트라우마를 가진 주인공이
    큰일을 해내지만 결국 꿈도희망도 없는 베드엔딩의 디스토피아적인 스토리로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요구하는 스토리가 많습니다.

    또한 신파적인 요소를 넣어서 눈물을 자아내는 케이스도 많고요 (한국형 개그영화들이 대게 이렇죠..초반에 웃기다가 뒤에선 눈물 찍짜내는 감동을 주는 케이스)그리고 한국애니는 아동용만 만드는가 라는 생각을 일단 보면 일단 아동용애니메이션 아니 말을 바꾸죠 "전체연령가"애니메이션 의 파급효과를 노린 부분도 있었다는 것도 생각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무릎팍에서도 언급되었지만 뽀로로의 제작비화를 보면 전작인 수호요정 미쉘이 포켓몬스터로 인한 참패로
    일본 애니메이션의 "협소된 소비자층"이 약점이다는걸 간파해서 나온게 뽀로로입니다. 뭐 한국의 아동주의적인 배경도 있긴 하지만요...

    개인적으로 한국만화 애니메이션의 "반전"의 기미가 현대로썬 조금씩 보이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본 경우는 완전히 상업으로 몰락해버렸다는 평가가 굉장히 많이 나오거든요..(사이코패스는 예외) 오죽이면 예전에 <원령공주>조사하신 어떤 선배분깨서미야자키 하야오 인터뷰 중에 "일본애니는 죽었다."라는 애기를 했다 하더군요...
    너무 상업성에 집착한 나머지 "감동"과 "메세지성"을 가진 애니메이션들이 점차 줄고 있다는 거죠...

    역으로 본다면 앞으로 우리세대가 이런 상업으로 변질된 애니메이션의 "작품성""순수성"을 보완할 때가 아닌가 라고 봅니다.
    어렵게 생각하기 보단 애니메이션 만화로써 "본인이 생각하고 있는 것""어..내가 살아봤더니 이런거 같애"라는 그런 자기 생각을 보는 이도 "공감"할수 있게 하는게 어떨까 봅니다.
    그저 베타적인 "신토불이"적 애국 마켓팅 위주의 애니메이션보단 한국인 뿐만아니라 해외 사람도 "ㅇㅇ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랄수 있는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면 아마 성공적이리라고 보고있습니다.




    ...뭐 사고방식 자체가 너무 유토피아적이긴 하지만....필요하다고 봐요 저런 애니메이션 만화들이 말이죠...
  • K I T V S 2013/02/03 22:06 #

    저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창작을 할 생각입니다. 다만 전 반대로 현재 한국드라마와 같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쓰라고 하면 선뜻 겁이 납니다;; 적어도 반드시 허구적이거나 판타지적인 설정이 들어가야 그나마 제가 자신있는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전 원래 마인드가 이렇습니다. "철저하게 어린이 아니 전연령용으로 만들어서 할머니부터 유딩까지 무리없이 볼 수 있도록!"해야지.. 일부만 보는 작품타입은 최대한 자제하려고 합니다. 물론 그 사이에서 얼마나 선을 지켜야하는지는 모두의 과제일지도 몰라요.
  • 2013/03/03 22:5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3/03 22:5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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