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15 17:03

[영화감상] 레 미제라블을 관람하고... 비밀의 정원 (소감문)

(※주의 : 결말 누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어제 저녁 쯤에 기회가 생겨서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을 메가박스에서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 겨울엔 너무나도 보고 싶은 영화들과 애니메이션이 가득해서 무엇을 봐야할 지, 시간을 얼마나 잘 짜서 그것들을 봐야할 지 고민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영화를 볼 수 있는 자원은 한정되어있는데 시간이 되면 아무리 유명한 영화나 애니메이션이라도 빨리 극장에서 내리는 우리나라의 특성 상, 빨리 봐야겠다는 강박관념이 느껴질 정도였거든요.

아무튼, '삼총사'로도 유명한 빅토르 위고의 원작 소설을 뮤지컬로 재구성한 것을 또 다시 톰 하퍼 감독이 영화로 만든 것을 본 것이라 내심 기대되면서도 뮤지컬의 영화화는 어떤 식으로 내게 다가올까 라는 기대감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영화 내내 노래가 계속 되는 작품은 2004년 겨울에 감상한 '오페라의 유령' 이후 8년 만 이었습니다!

전 사실 '레 미제라블'하면.. 우선 장발장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그 장발장이라는 것도..

성은 장이요. 이름은 발장이라.. 특히 우리나라에선 장발장이 "조선에서 프랑스로 배타고 건너가 귀화해서 살게된 조선인 아닌가?"하고 생각할 정도로 그가 한국인인 줄 알았습니다... 애들끼리도 '발장이 형', '장씨 아저씨'라고 부를 정도였지요.

"빵 한개 훔쳐서 19년 옥살이하고 나오고.. 성당에서 은촛대 훔치려다 미리엘 주교님의 말씀에 감동해서 엉엉~우는 장면"이 전부였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때, 레 미제라블에서 표현하고 있던 당시 프랑스의 정치, 사회적 혼란이나 백성들의 고통은 크게 와닿지 않았고.. 위인전조차 읽기 힘들었던 저로써는 책 속의 삽화만 보고 덮어두는게 고작이었습니다. 이후 고등학생, 대학생 시기를 거쳐서 도서관에서 여러 개의 책으로 이루어진 고급완역판들을 보았지만 역시 읽을 염두가 나지 않았던게 사실이었습니다. 이번 영화를 통해서 그 소설을 음악이 있는 영화로 어떻게 풀어낸 것인가.. 하는 마음가짐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사실 제가 레 미제라블을 보고 싶다고 느낀 이유는.. 특정 장면들과 인물들의 복장 때문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역사에 관심이 생긴 이래.. 특정 시대를 좋아하는 편인데 고대 로마제국(후기의 서로마까지 포함)과 이슬람 초기의 갑옷과 일반 복장, 아즈텍과 잉카의 복장, 그리고 근대 유럽의 군복.. 특히 나폴레옹 전쟁 이후와 제1차 세계대전 전후의 유럽 군인들의 복장에 관심이 많습니다. 오늘날의 세계과 확실히 다르다는 느낌이 일종의 환상이나 호기심을 주어서 그런 관점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는 한복도 마찬가지입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맨 처음 시작되는 장발장의 고역인 '전열함 사슬끌기' 장면부터 웅장함이 느껴졌고.. 마지막 에피소드를 다루는 "6월의 파리 항쟁(June Rebellion, Paris Uprising of 1832)"에서 등장한 당시 프랑스 육군 보병대의 복장이나 대포들, 기병대들의 움직임이 제 마음을 흔들게되어 영화관으로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죠..

(참고로 제가 일시적으로 명명한 '6월의 파리 항쟁'은 정작 우리나라에선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터라 7월 혁명이나 2월 혁명과 달리 백과사전이나 서적에서도 잘 다루어지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래서 영어로 검색해야 해당항목이 나온다고 합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아무튼 이러한 복장에 대한 설레임으로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내린 한마디는 이렇습니다.
"장발장이라는 한 인간의 인생에 대한 책". 태어날 때가 아니라 중년의 이야기부터 시작되지만 한 사람의 인생이 진행되고 죽음으로서 끝이 나는 영화는 2005년 경, 가락성당에서 관람했던 '빅 피쉬'와도 유사했습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발장이(...) 아저씨가 어떻게 해서 세상에 대한 증오를 잠재우고 모범적인 사람으로 살아야 겠는지 다짐하는 장면이 노래로 표현되어 첫번째 감동(8년 만에 힘없는 전과자에서 파리 시장이라는 어마어마한 직위로 올라간 것도 놀랬습니다만!)을 느꼈지만.. 곧바로 공장 동료들의 모함으로 일자리를 잃고 창녀로 전락하여 결국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는 팡틴느의 이야기를 보고 안타까움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도 잃고 웃기지만 나쁜(말 그대로 나쁜 사람들인..) 테나르디에 부부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어린 코제트를 보면 분노감까지 표출될 정도였습니다.

다행이도 발장이 아저씨가 코제트를 구출하는 장면에서 다시 감동을 느끼고... 영화 내내 발장을 족치려는 냉혹한 경찰 자베르는 뭔가 무시무시하고 공포스러웠지만 테나르디에 부부처럼 악독한 면이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동정심은 하나도 없지만 영화가 진행될 수록 자신의 가치관이 흔들리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건물 옥상 위에 올라가서 난간을 아슬아슬하게 걸으면서 발장을 잡고 말겠다고 하느님께 맹세하는 장면이랑 똑같은 난간에서 걷다가 발장의 세계에서 벗어나려고 자살하려는 장면이 똑같다는 것을 느꼈으니까요.



(출처 : 네이버 영화)

코제트 구출 이후엔 마리위스와 에포닌, 그리고 코제트가 발장과 자베르를 밀어내고 이 영화의 진주인공들이 된 것 같았습니다. 마리위스를 좋아했지만 코제트에게만 눈길이 가서 고통스러워했던 에포닌을 묘사한 점이나(그럼에도 이 둘을 훼방하거나 저주를 하지 않아서 착하다고 느꼈습니다. 전 사실 배우로 보면 코제트보다 에포닌이 더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발장이 자베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딸이 된 코제트를 데리고 영국으로 야반도주한다는 것을 느끼고 우울해하다가 결국 6월 항쟁에 참여하기로 작정한 모습이라던가.. 그 이후 에포닌을 비롯한 종료들의 죽음을 묘사하기까지 지루하지 않게 표현되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코제트를 괴롭혔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좀도둑질을 서슴치 않는 테나르디에 부부는 나쁜놈이라서 열받기 보단 계속보다보니..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을 넘어서 '참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구제불능이라 답이 없긴 하지만 끝까지 치졸하게 살겠다는 저의를 보니 뭔가 씁쓸한 동정심이 들기까지 했을 정도죠. 어쩌면 발장이 아저씨와 팡틴느와 코제트, 동료들을 모두 잃은 마리위스 말고도 이 테나르디에 부부나 분에 못이겨 자살한 자베르 모두.. 원작이 말한대로 '비참한 사람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임종을 맞이하고 영혼이 되어 밖으로 나간 발장이 아저씨가 항쟁 때 죽은 혼령들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며 기뻐하는 것을 끝으로 영화가 막을 내리는데.. 이 영화를 너무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꽤 많으신 것 같아서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이 세상에 완벽한 나라는 없다고 보지만.. 확실히 우리나라의 상황은 200년 전 프랑스와 비교할 때, 굉장히 앞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적으로 바라봐서 팡틴느와 장발장 등의 인물들을 현재 사람들에게 붙이기 보단..

당시의 어려운 사람들의 역사를 바라보고.. 보편적인 느낌으로 비참한 사람들이 없도록 우리 모두 정직하게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이 더 좋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원래 같이 보고 싶은 분들이 많았는데 영화가 빨리 내릴 것 같아서 급한 마음에 든 친구에게 이끌려 영화관 가게 된 것이 아쉽긴 합니다. 호빗도 어서 봐야하는데 말이죵..

또 이 영화를 계기로 조금은 레 미제라블 원작에 대한 이해가 든 것 같으니.. 도서관에 있는 원작소설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비록 영화와 뮤지컬은 내용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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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3/01/15 17:4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1/15 17:5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극한태양 2013/01/15 17:58 # 답글

    저도 초등학교 시절, 독후감으로 장발장 책을 골랐을때 성이 장이요 이름이 발장인줄 알았었다지요.(...)

    이래저래 시사하는 게 많은 영화같습니다. 시간내서 보러가야겠군요.
  • K I T V S 2013/01/15 18:00 #

    의외로 마지막은 푸근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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