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08 19:11

[영화감상] 광해, 왕이된 남자를 관람하고... 비밀의 정원 (소감문)

(※주의 : 결말 누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전 원래 진지한 리얼리즘이 들어간 작품들이 성격때문인지 취향에 맞지 않아 즐기지 않는 편이지만 허구적인 내용이 들어간 판타지를 매우 좋아하고 그것이 한복을 입은 가상역사물이라던지 시대극 패러디물이라면 이것저것 많이 찾는 편이었습니다. 오래 전 작은누님이랑 함께 보았던, 악명 높다고 수 많은 사람들이 욕을 퍼부은 '디 워(중간에 조선시대가 나왔으니..)'부터 1년 전 감상했던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 '최종병기 활'뿐 만 아니라 이번 해 여름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나는 왕이로소이다'를 감상했었죠. 유치하면서 단순한 플롯을 생각하는 저에겐 조금이라도 진지하면서도 흐뭇한 느낌을 주기 위해 이것저것 한복이 등장하는 허구적인 이야기를 찾아 나서곤 있습니다..

007 스카이폴을 관람한지 이틀만에 또 한번 아버님을 모시고 영화관으로 이동하여 이미 개봉한지 2달이 넘은 광해를 보게 되었습니다. 전 포스터의 분위기 때문에 굉장히 어둡고 진지한 이야기로 진행될 줄 알았는데 시작 부분엔 진지하게 시작하다가 곧바로 가짜 왕을 맡을 이병헌씨의 하선이 곤욕을 치루는 것부터.. 왕으로 변신하여 류승룡씨가 연기한 허균의 도움으로 궁중생활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 등.. 재미있는 장면이 계속 나와서 의외라고 생각했습니다.

끝까지 다 보고 난 후 느낀 점은 배우나 전개방식 같은 것을 다 따지고 봤을 때 '나는 왕이로소이다'의 상위 호환버전이라 생각했어요. 똑같이 진짜와 가짜가 바뀌어지고 가짜가 왕이 된 후 궁중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해프닝으로 인한 웃음, 가짜가 탄로난 후 겪는 위기와 그 해결, 허구적이지만 세종과 광해군의 미화(...),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주려는 감독의 메시지 같은 것을 따지고 봤을 때 말이죠. 아버지께선 올해 본 영화 중 제일 재미있고 감동적이라고까지 말씀하셨고 정치인들이 이 영화를 봐야할 것이라고 하시더군요... 저도 역시 동감합니다만..

요즘엔 팜플렛도 안보고 영화를 감상해서 그런지 직접 자막에 표시되지 않으면 전 등장인물의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래서 류승룡씨가 연기한 '도승지'가 영화가 상영되는 중반까지 허균인 줄도 몰랐습니다;; 아버지께서 알려주시자 겨우겨우 이해가 갔을 정도였고요.. 또 허균, 중전, 광해군 빼고는 영화의 모든 인물은 기록에 남지 않은 허구의 인물이라 아쉬운 느낌은 들었습니다만 어쩌면 그 덕에 자유롭고 재밌는 이야기를 더 펼칠 수 있지 않았냐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몇 몇 블로거분들이 칼럼을 쓰시거나 역사 카페에서 비판받는 부분인 지나친 광해군의 미화도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지만요. 아버지는 그대로 사실로 아시는 것 같아 흐뭇해 하셨지만 '나는 왕이로소이다'에서 충녕대군도 그렇고 사대주의를 멀리하는 것을 당연시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물론 세종 때와 달리 광해군 때엔 명이 기울고 있다는 대다수 사람들의 인식, 당시 청나라도 그다지 강하지 않았기에 광해군의 말은 위험했다는 인식 모두..) 현대인과 당시의 (진실된 이야기) 관점은 역시 다른 것이구나를 깨닫게 했습니다. 물론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바라는 것을 충족시켜야하는 것이 문화상품의 목적 중 하나이기에 이것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했습니다.. (노골적인 역사왜곡은 절대 안되겠지만요..)

또 미국 대통령이 바꿔치기 당했다는 옛 영화인 '데이브'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카게무샤'를 표절했다는 시비도 있었는데.. 전 데이브나 카게무샤를 보지 못해서 몰랐습니다만 여러가지 블로그를 봤을 때는 전개방식이 비슷한 것 가지고 욕을 하는가 하는 생각정도 밖에 나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단순히 영화 상의 미장센이나 촬영구도는 공부가 될 것 같습니다.



처음엔 나는 왕이로소이다처럼 광해에서도 하선이 중반에 정체가 밝혀져 부패한 대신들에게 철저하게 휘둘리는 장면이 나올 줄 알았는데 최후반부 가서야 위기가 진행되고 정체를 알게된 한효주씨의 중전이나 김인권씨의 도부장(전 장면에선 하선을 죽이려 했지만 재치로 인해 굴욕당하긴 하고..)은 노발대발하며 죽이려 들지 않고 침착하게 현실인식을 하는 장면이 달라서 의외였습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처음엔 하선을 비웃거나 때리기까지 하면서 냉혹한 이미지를 보여줬던, 하지만 마지막에는 하선이 가짜 왕이었음에도 자신에게 감동을 주었다고 생각하고는 그를 지키려고 자신의 목숨까지 바치는 도부장이 참으로 매력적이었고 이 영화의 진주인공 중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진짜 광해군을 지키기 위해 피신처와 궁궐을 오가며 업무에 시달리고 하선이를 계속 교육시키며 그렇게 교육된 하선에게 신하행세까지 당해야 했던 허균도 마찬가지.. 그리고 끝내 어머니를 만나지 못하고 광해군을 지키기 위해(실은 하선이지만) 독캔디를 삼키고 숨을 거둔 사월이까지 전 진주인공을 3명이라 생각합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무엇보다 전 류승룡씨가 하도 험상궂은 외모를 지니고 있어서 나오는 역할마다 어둡거나 음흉한 역할로만 나오는 것 같아 무서운 이미지가 쌓여있었는데.. 이번에도 굳세고 차갑지만 이야기 내내 끝까지 나라를 위해 하선을 돕는 선역으로 나오는 역할을 한 점이 멋이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배를 타고 머나먼 땅으로 돌아가는 하선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드리는 부분은 찐했고요..
(화면이 검어지고 허균이 결국 처형당했다는 짤막한 코멘트도 의미심장했습니다..ㅠㅠ)



(출처 : 네이버 영화)

제일 불쌍했던 사월이. 아버님도 잃고 자신도 궁녀로 팔려와서 밥도 잘 못먹다가 하선이 만나서 복수에도 성공하고 어머니를 만날 뻔 하다가 더러운 재상들의 음모로 독캔디로 암살하려는 강제성 임무를 받다가 자기가 대신 죽은 불쌍한 사람.. 저승에선 부디 행복하길 바라길...


아무튼 제가 3달전에 봤던 2개의 영화(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나는 왕이로소이다)보다 더 사람들에게 거론되는 것은 단지 배우가 이병헌씨였다는 것도 있지만 코미디도 있으면서 잔잔한 드라마를 보여주는 연출덕분은 아니었나 생각했습니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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